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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다윗들(5):한의사 이유명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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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2-23 ㅣ No.5877

 

 

남녀차별 '한국병' - 호주제폐지 '일침'

 

 

한의사 이유명호씨

 

 

 

"호주제 폐지로 남녀 불평등의 고질을 뜯어고쳐야 대한민국의 혈이 제대로 순환할 수 있을 겁니다."

 

한의사 이유명호(48)씨는 마치 진맥을 한 뒤 '일침'을 놓듯 입을 열었다. 1989년 개원한 그는 벌써 12년째 병자들의 건강과 평온을 위한 의술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의 진맥과 처방이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따로 있다.

 

남아선호 사상과 남녀 불평등의 '국민병'이 그것이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선 3살짜리 손자가 할머니보다 우월하고, 모든 남성은 여성보다 우선권을 갖습니다. 이런 남녀 불평등을 '법'이 앞장서 보장하고 조장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일이죠."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에게 '울화병'을 안기는 것은 민법 778조, 781조, 826조 등의 호주제 관련 규정이다.

 

"호주제는 국가공문서에 호주를 기본으로 해 가족을 편제함으로써 남아선호 사상과 가부장 의식을 부추기는 '악법'입니다. 그 결과 1년에 3만명에 이르는 여아가 낙태되고, 현대사회에서 급증하는 이혼, 재혼, 미혼모 가구를 '결손가정'으로 취급하게 되는 거죠."

 

이유씨는 지난 96년부터 호주제 폐지를 위해 사회 곳곳에 진맥과 처방의 손길을 뻗쳤다.

 

"'아들 낳게 해달라'며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96년 '여성한의사회'에서 그런 요구 때문에 엉터리 처방을 하지 말자는 운동을 시작했죠. 그러다 무엇이 이런 '남아선호 사상'을 지탱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됐고, 결국 그게 호주제임을 알게 된 겁니다."

 

호주제 폐지를 위해 처음 잡아낸 '혈'은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이었다. 97년 3월 어머니의 성을 더해 이유명호라는 이름을 새로 가졌다. "'나'를 규정하는 것이 호주인 어버지만이 아님을 몸소 실천하는" 변신이었다.

 

동참자가 늘명서 98년 12월 '호주제폐지 시민의 모임'이 결성됐고 올 10월 시민단체 등이 가세해 '호주제폐지시민연대'가 만들어졌다. 2만 5천명의 서명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회청원도 했다. 내년 초에는 남녀평등권과 혼인생활의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조항을 들어 호주제에 대한 위헌소송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유씨와 그의 동료들 앞에는 '성편견'이라는 거대한 방벽이 놓여 있다.

 

처음 50명에 불과했던 호주제폐지시민모임의 회원은 지금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러나 성폭력방지법 제정과 동성동본금혼제도의 폐지가 그랬듯 여성의 권익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그 결실을 맺을 겁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듯 보이는 '성차별'의 '골리앗'을 향해 한의사 이유씨가 내리는 처방이자 진단이다.

 

 

 

이 세상의 반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때까지, 반과 반이 허물없이 만나 온전한 하나를 이룰 때까지 이유명호씨와 남녀평등세상을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이 힘차게 나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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