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루도비꼬의 메주고리예 4탄]

인쇄

최경호 [vico] 쪽지 캡슐

2001-07-03 ㅣ No.1733

셋째날

 

버스로 3시간을 가는 도중에 스피릿은 크로아티아 이고, 메주고리예는 보스니아-헤르나체고비치 이므로 국경 같지 않은 국경이 있어 검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밤이라서 그런지 기냥 통과를 시켜 줍디다.

메주고리예 동네(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워낙 조그마하니까, 펜션 수울릭에 도착하여, ’레오’가 나보고 이곳이 싫으면 원하는 호텔로 가라고 해서 그냥 있겠다고 하고는 숙소를 보았는데(이 호텔이 메주에서 제일 좋은 호텔인줄은 나중에 압니다.)

싱글룸이었고, 아주 깨끗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답답해서 3층에 있는 트윈베드룸을 달라고 했더니,누가 오냐고 묻길래, 성질이 사나와서 큰방에서 이 침대, 저 침대에서 자야겠다고 말을 하고는 방을 트윈으로 옮겨 짐을 풀었더니, 입고 있는 것 포함해서 바지3, 드레스셔츠1, 점퍼2, 하얀 티2, 양말 5, 속옷 5, 넥타이 1, 소형캐머러, 전자수첩, 묵주3, 양복상의, 이 전부 더라구요.

 

좀 씻고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는 방으로 올라가서 가만히 왜 이곳까지 저를 부르셨을까? 하고는 묵상을 하였습니다.이미 시간이 엄청 흘러 거의 새벽 3-4시가 되었을 겁니다. 가만히 앉아 묵상을 하는데 새소리, 닭소리가 엄청 시끄럽게 밖에서 나고 있어 창밖을 보니 동이 트려고 하늘에서 빛이 아주 조금씩 비추이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청바지에 점퍼, 티셔츠와 캐머러를 가지고는 호텔 밖으로 도둑 굉이처럼 나와서는 야고보 성당으로 가서 기도를 드리고는 크레자밭 산으로 향했습니다. 이상했던 것은 산위의 십자가에서 어둠인데도 불이 번쩍였다는 겁니다.(믿거나,말거나) 산 밑에 가니까 성물 가게가 다섯시 사십분인데 열고 있어서 카페도 겸하고 있어 카푸치노를 한 잔 하면서 이 십자가 산을 오를까 말까?를 결정 해야 했습니다. 오르자니, 구두여서 무지 불편 할 것 같고, 그냥 가자니 존심이 상할 것이고 진퇴양난 이었습니다.

 

어부인 말씀대로 운동화나 쎅을 준비를 해왔더라면 좀 좋아?

어부인께서 맨발로 올라가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를 하시메 비닐봉투를 한장 빌려서 구두를 담고 생수를 한 병 사서 같이 담고, 오른손에는 15단 묵주를 들고 캐머러를 메고 등정하는 우스꽝스런 제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지만,

그곳에서 보고 느꼈던 참으로 신비스럽고 경탄 할만한 일은 혼자만 알고 있기로 하겠습니다. 이유는 한국에서도, 외국성지에서도 많은 순례자들이 신비스런 경험을 하고, 또 같이 있어도 어떤 분들은 못보기도 합니다. 그런 신비가 신앙생활에 활력소가 됩니다만, 드문드문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해서 입니다.

 

산으로 오르는데 곳곳에 십자가의 길이 보였고 워낙 이른 시간이라 순례자들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공개강의를 무리하게 해서 많이 지친 상태고, 잠을 하나도 못자서인지 금새 지치기 시작을 하고, 웬 거미줄이 진로를 방해하는지, 맨발에 날카로운 바위에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중심을 잡으려니 참으로 한심하고 힘이들어 포기하고 내려갈까를 많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골고다 산으로 1톤에 가까운 십자가를 우리 죄를 대신하여 짊어지고 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힘이 나더군요.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귀찮더라구요, 그냥 오르다보니,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상스러운 건 길을 잃을 수가 없는데, 좌우가 낭떠러지더라구요 남들은 모두 쉬 오르고 내려 왔다고 서울에서 여러 번 들었는데, 그리고 갑자기 소나기가 눈앞을 가리고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계획을 바꾸어 어짜피 잃은 길 수직으로 오르자고 결심하고는 가시덤불을 뚫고 수직으로 오르길 한참만에 거대한 회색 빛의 십자가가 보이고, 밑에는 조용한 메주고리예 정경이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저 혼자인줄 알았는데, 어떤 한국 자매님이 혼자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선은 십자가밑으로 가서 꿇어 앉아 한참을 기도 드리고 한바퀴를 돌고는 자매님에게 말을 걸어 수원 교구분이고, J 여행사를 통해서 왔다고 합니다. 영어주소를 써달라고 부탁을 받고

써주고는 사진을 몇 장찍고 십자가를 자세히 살펴 보기 시작을

했습니다.

 

이 십자가는 메주고리예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하도 핍박을 받아서 주님의 보호를 요청하고, 마을을 지켜 달라는 의미로 100 년전인가 엄청난 무게의 십자가를 제작하여 메주고리예 뒷산에 세웠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많은 핍박을 면하고 마을사람들도 신앙심이 깊어졌고, 워낙에 많은 신부님들이 순교 했던 거룩한 순교지이기도 합니다. 산 위에 십자가는 30Km 떨어진 보스니아 내전의 현장 ’모스타’의 후렌치스코 성당의 뒷산에도, ’드보르닉’ 성의 뒷산에도, ’’사라예보’ 엘가는 어느 이름모를 조그마한 고을 산 위에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신앙심은 참으로 대단하고 기도도 아주 열심히 한답니다.

십자가 산에서 묵상도 하고, 묵주기도도 하면서 있는데 폴란드 순례자들이 올라왔고, 그중에는 정신지체 아이가 있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제 생수를 주었더니, 경계심을 품고는 도망을 가길레 인솔자에게 새 것이고, 제게는 필요 없다고 설명을 하고 드렸더니, 그 아이가 받아서는 정신 없이 마시더라고요,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오를 때의 차림으로 반대로 하강을 시작 했는데 오를 때보다, 발이 훨씬 많이 아프고, 더지치고 해서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내려오는데 분명히 반대로 내려왔는데 오를 때와 같은 길로 내려 온 겁니다. 귀신에게 홀린 느낌 이었습니다. 같은 카페에서 다시 카푸치노를 마시고는 양말과 구두를 신고는 어슬렁 거리면서 성당을 지나, 호텔로 와서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는데 일행들이 하나 둘 나타나 식사를 하면서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어서 십자가 산을 다녀 왔다고 하니까, 지금이

오전 아홉시인데 그러면 잠은 몇 시간이나 잤는냐? 맨발로 올랐냐? 얼마나 걸렸냐? 등을 물어서 그냥 다녀온 그대로 이야길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첫 날이라서 그냥 하루를 푹 쉰다고 합니다.     



7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