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진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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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사랑 >>
2년전의 일이다. 날마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는데 퇴근할 때 지하철은 정말 지옥철이라 할 만 했다. 그날도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지하철에 탔다. 늘 서던 자리에 가서 서 있는데, 내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이 나를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슬쩍 아래를 내려다 보니 지체 장애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나에게 무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불쾌해진 나는 모른 척하며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아까부터 자꾸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아저씨가 계속 신경 쓰였다. ’아...가...씨... 여... 여여기..아안...자여." 앚씨가 힘들게 뱉어낸 한 마디에 난 너무도 놀랐다. 내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그 긴 시간 동안 몸을 조금씩 움직였던 것이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더듬더듬 자리에 앉으라는 아저씨의 말을 거절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히...힘...들..어...보...여...서..." 내가 피곤하고 안쓰러워 보였다는 말에 차마 거절 못하고 앉았지만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얼마쯤 가서 아저씨는 힘든 몸을 일으켜 한 역에서 내렸다. 나는 이제 편하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넓혀 앉았다. 그러다가 건너편의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부터 보고 계셨던지 나를 보며 싱긋 웃으시곤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셨다. "아가씨, 저게 바로 진짜 사랑이야."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진짜 사랑 앞에서 나는 얼마나 부끄러워 했던가. 진짜사랑을 아는 아저씨, 그리고 그 사랑을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진 할아버지... 난 내가 바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 좋은 생각 2000년 1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