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도형이 형의 죽음을 어떻게... |
---|
도형이 형하고는 몇달 전인가 술을 같이 마시다가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됐다.
근데 그 때 나도 그 형도 너무나 술을 미친듯이 퍼마신 상태라서 다음주에
만났지만, 나도 그 형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같은 대학교 후배인 광회의 도움으로 그 때의 기억을 어렴풋이 되살릴 수
있었고, 그 때부터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좋은 느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성당 바람직한, 아니 좋은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같이 봉사를 하는 기회는 갖질 못했고, 그것이 그 형과
내가 공유하게 된 처음이자 마지막 '나눔'이었던 것 같다.
도형이 형의 죽음을 처음 접한 때는 내가 이곳 행당으로 이사를 와서 웬만큼
자리를 잡을 즈음이었다. 그 소식은 아버지를 통해서 들었는데, 처음에는
가브리엘 형이 누군지 몰랐으나, 얼마전에 있었던 '네 손가락 장애인인 이희아의
콘서트'에 온 준범이에게 정확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충격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별로 실감도 나질 않고, 도형의 형의 죽음 소식에 내가
이 정도의 반응 밖에 보일 수 없는 내 자신과, 커다란 슬픔으로써 직접 와닿지
않는 나의 메마른 마음에 실망했고, 화가 났다.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내가
무슨 기분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로 하느님이 계시다면,
그 형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셨겠지... 근데 아직까지 너무나도 젊고 할 일도
많았던 그 청년을 왜 데려가셨을까... 단순히 신의 뜻에 순종하고 따라야만
한다는, 감히 그 분(?)의 뜻을 알 수 없다는 절대적인 신성 앞에 아무 말 없이
믿고 의지해야 할까? 아니면 단순한 인간의 사고였다고 이해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