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양심 판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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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9-13 ㅣ No.5330

 

충청도 한 작은 학교에서 생긴 일입니다.

서무실 한쪽 귀퉁이에 어느날부턴가 주인없는 문구판매대가 차려졌습니다. 볼펜이며 노트, 지우개 따위가 가지런히 진열된 문구 판매대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대신 ’양심함’ 이라고 씌여진 나무통 하나가 진열대 한가운데 놓여 있고, 판매대 옆에는 ’양심거울’ 이라는 이름의 전신 거울이 달려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양심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양심함에 물건값을 넣고 거스름 돈을 거슬러 갔습니다.

"자, 볼펜 하나 가져 가고 돈은 이렇게 넣으면 .. 됐지?"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도 양심문구점의 양심바른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양심 판매대의 결산 책임자는 3학년 영주 입니다.

아직 한 번도 나간 물건과 들어온 돈이 일치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디스켓 한 통, 볼펜이 두 개."

그 날을 예외였습니다.

있어야 할 돈에서 2천 원이 비는 것이었습니다.

영주는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구나 싶어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하는 수 없이 결산 결과를 게시판에 붙였습니다.

다음 날 영주는 불안한 마음으로 결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없어진 물건보다 통 속의 돈이 더 많은 것이었습니다.

"어? 2천 원이 남네. 어떻게 된 거지? 어.. 이상하다... 아하! 맞다 맞어!"

남은 2천원. 그것은 돈이 없어 물건을 그냥 가져갔던 누군가가 갚은 외상값이었던 것입니다.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고 어떤 날은 돈이 남는 그런 일은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되풀이 됐습니다.

하지만 양심거울이 흐려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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