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성서 이야기 - 7) 하느님의 선택과 인간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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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열 [ryuwy] 쪽지 캡슐

2003-08-27 ㅣ No.1627

 하느님의 선택과 인간의 논리

              (아브라함의 선택)

 

아브라함을 신앙의 아버지라고 하는 까닭은 그가 시련을 견뎌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그의 이름을 부르시며 그를 선택하였기 때문인가 ? 다시 말해, 아브라함이 ‘의롭게 살았기’때문인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셨기 때문인가 ?

 

성서의 아브라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실은 그의 모든 활동과 삶이 신앙에 의해 좌우되었다는 것이다. 즉, 먼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완전한 의로움에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믿는다는 것은 인간이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사람이 되기에 앞서 먼저 ‘주님이신 하느님’께 의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도덕적인 덕’은 획득할 수 있는 것이지만, 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부어 주신 ‘신학적인 덕’이요 ‘선물’인 것이다. 이스라엘 성조들과 교회교부들을 ‘성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도덕적으로 훌륭한 삶을 살아서라기보다는 주님께 대한 믿음에 따라 살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거룩함’이 덕을 실천하는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신학적인 올바름’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거룩함이란 먼저 인간을 ‘선택’하시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시며, 그에게 당신을 ‘너의 주님’으로 계시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의 ‘말씀’에 따라 생활한 아브라함처럼, 인간은 그분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그분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관계이다.

 

신앙인의 주님은, 마치 인간이 오랜 노력과 시간을 쏟은 뒤에 값진 것을 찾아 얻듯이 그렇게 발견해 낼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이와는 반대로 그 분이 우리를 알고 계시며 찾으신다. 그 분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늘 우리 가까이 계신다. 인간은 ‘그 분 안에서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 갈’뿐이다.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내가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내 믿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것입니다.”(필립 3, 9)

 

하느님의 부르심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상황이나 삶의 조건을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기에 나의 종교성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하다. 바로 그 분이 우리가 몸담고 있던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으로부터 우리를 이끌어 내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과거 우리의 잘못을 쳐다보지 않으시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을 따르기를 원하신다.

 

-아브라함의 ‘어리석은’ 신앙-

성서에서 말하는 신앙은 결코 인간적인 논리에 기반을 둔 신앙이 아니다.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그를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느님의 명령은 매우 비인간적이며 잔인하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 아들이 지신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키셨다.

 

물론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신 신앙은 매우 따르기 어려운 신앙이며 ‘어리석은’신앙이다. 그것은 목적지를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길을 나서야 하는 어리석음이요, 약속된 땅이라고는 하지만 이방인들로 들끓는 그 땅에 머물러야 하는 어리석음이며, 사랑하는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말씀에 순종하는 어리석음이다.

 

아브라함이 신앙의 아버지인 것은 하느님의 선택 때문이다. 오늘 날 내가 그리스도인인 것 역시 그분께서 나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걷는 신앙의 여정이 완전함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난관과 시련을 거쳐야 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내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것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실 수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신앙적 교훈 :

 

㉠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각자에게 주시는 은총으로서 삶의 지혜와 실천의 원동력이 되어 우리가 보기에도 좋은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끄는 것이 신앙이다.

 

㉡ 신앙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시고 우리가 따를 때 얻어지는 은총의 삶이다.

 

㉢ 인간적인 논리로 따져보면 신앙생활은 자기를 버리고 이웃을 사랑하며, 자기를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해야하는 어리석음을 실천함으로써 주님의 뜻을 이 세상에 펴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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