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대리기사의 대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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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욱 [sskwins] 쪽지 캡슐

2004-08-24 ㅣ No.6231

오늘 이른 새벽
오전 1시 50분경
피곤한 몸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일터를 향해 집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단지 정문을 막 통과하려는 때
어떤 남자가 차를 두드리며 말을 걸어왔었죠.
야심한 밤이라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창문만 빠꼼히 열은 채 "왜요?"하는 제게
그는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저 대리기사인데요.
요 앞 사거리까지만 태워 주세요.
차가 잡히질 않아서요"라고



저는 사실 요새 하도 세상이 험악하다 보니
사실 약간은 그의 인상착의도 한 번 더 보게 되고
조금 험상궃은듯이 보이는 그를
태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 '요 앞 사거리까지라는데'라고
생각하며 그를 차에 태웠습니다.
그런데 차를 출발하려는데 바로 뒤에 택시가
빈차로 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에게 "바로 뒤에 빈 택시가 왔네요"하니

그는 "사실 지금 중화동에서 이 곳 상일동까지 1만원 받고

왔는데 택시타고 나면 남는 돈이 너무 없어요"라고 하였죠.



사실 저도 술을 좋아한 관계로

1주일에 한 번정도는 대리기사의 신세를 지곤 하지요.

별 생각없이 대리기사에게 대리운전을 맡겨 귀가하곤 하던

제가 그들의 수입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도 없었지만

생각을 해 본 적도 한 번도 없었지요.

그런데 그의 그런 말을 듣고나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를 그가 원하는 사거리까지 태워주기로 하였습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는 동네 사거리보다는 좀 더 자기가 편리한 곳까지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천호동까지는 방향이 맞으니 태워주겠노라고 했지요.



천호동까지 가는 중 그는 이 시간에는
청담동이나 강남 신사호텔 근방에서
일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했고요.



그 말은 들은 저는 이왕 편의 봐 주는 것
제대로 해주자라는 생각에 그를
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로
데려다주기로 마음을 먹고
핸들을 고쳐 잡았지요.



한남대교 남단을 돌아 신사호텔 방면으로 갈 즈음에
그는 제게 선생님은 "어디까지 가세요"라며
저의 행선지를 물었는데 제가 을지로6가로 간다하니
너무 고마워하며 어떻게 방향이 틀린데도 이렇게
태워주시냐고 하며 감격스러워 하였지요.



그런 그에게 저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아저씨 저는 성당에 다니는 사람인데요.
우리들은 이런 작은 선행을
하느님께 기도드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가 복을 구하는 것이지요"라고 했지요.



감사하다며 인사하는 그를 내려 주며
저의 볼 일을 보러 가는 발길은
너무도 즐겁고 가벼웠습니다.
그에게 약간의 편리를 도모해주며
제게 돌아온 자부심은 그것의 몇 갑절은 되었습니다.



그런 후 주님께서는
저의 작은 선행의 보답을
너무도 빨리 제게 보여 주셨습니다.
제가 오늘 새벽 만난 사람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풀지못하였던 고민스러운 문제를 바로 해결해 주시는
은사를 제게 주셨습니다.



제게 구하는 은총을 바로 답해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보잘 것 없는 작은 희생에 대해서도
응답해 주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을 새삼 새롭게 느낍니다.


앞으로도 항상 주님의 은총을 구하는 생활이

어떤 생활인지를 고민하며
그리스도의 향기가 넘쳐나는
은총과 축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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