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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복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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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2-06-27 ㅣ No.7583


    살맛나는 복된 기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입니다.

 

  두 손을 합장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며,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기만 해도,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며,

 

  우리 후손들을 생각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하여

  각종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기도하는 것입니다.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전등 하나 아끼고,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틀지 않고

  더위와 추위를 견디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부가 농작물에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깨끗하게 농사지으려고 애쓰는 것도 기도하는 것이며,

  가축 분뇨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육신 대신 채식을 즐겨 먹으려는 마음도

  기도하는 것입니다.

 

  잠시 벽에 걸린 십자가를 바라보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천천히 숨을 들어 마시기만 해도,

  성당에 우두커니 앉아 제대와 감실을 바라보기만 해도,

  성경을 우리 가정의 중심에 펴 놓기만 해도,

  묵주를 손에 들고 다니기만 해도,

  올 한 해 ‘성인전기’ 한 권 읽겠다고 꼭 읽고야 말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며,

  퇴근하면서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들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함께 동행 하고 있으며,

  언젠가 내 곁을 영원히 떠나갈 내 배우자를 생각하며

  사랑한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한 마디라도 더 건네야겠다고,

  마음을 열고, 입을 열어 사랑한다고,

  당신뿐이라고,

  내가 당신 때문에 살고, 당신 덕에 살맛이 난다고

 

  당신만 믿는다고 한 마디 말만 건네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란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형제들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하며,

  작은 친절과 배려,

  밝고 명랑한 인사,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드리는 마음이 기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곧 기도의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단식과 자선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이고,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삶의 기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위대한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이러한 나의 작은 선행과, 소박한 기도를 기뻐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이런 우리의 정성어린 감사와 사랑의 기도를

  참된 봉헌 제물로 받아들이시며

 

  천사들은

  이런 우리의 기도를 꽃바구니에 담아

  천국의 제단 앞에 가져다 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기도와 삶이

  마지막 날,‘최후의 심판’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 아멘.

    (수원교구 율전동 밤밭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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