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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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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9-25 ㅣ No.2754

빠다킹신부의 묵상

 

어제 저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씨카드 조명연님, 한빛, 09월 27일 결제금액(기준일: 09월 10일) 512166원."

 

돈 내라는 문자였습니다. 액수가 좀 많아 보이지요? 제가 거의 현금을 쓰지 않고, 주로 카드 결제를 하기 때문에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매달 받는 활동비를 넘어서지는 않는답니다.

 

저의 한달 동안 받는 활동비가 궁금하시다고요? 음... 비밀인데... 살짝 공개를 하면요... 60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보너스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제 생활을 오래했다고 활동비가 많이 올라가는 것도 아닙니다. 20년 넘게 사제 생활을 하신 분과 저의 활동비 차이는 10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인천교구만 그렇습니다. 다른 교구는 어떻게 되는 지.. 저는 잘 모릅니다.

 

따라서 어떤 때는 상당히 궁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특히 청년들과 술을 마신 뒤, 제가 계산을 하는 경우가 한 달에 3,4회를 넘어서게 되면, 그 달은 아주 가난한 달이 되고 말지요. 그래서 누군가가 찾아온다고 하면, 주머니 사정을 먼저 살필 때가 종종 있게 되네요.

 

그런데도 이런 만남이 제 일에서 가장 첫 자리가 됩니다. 왜냐하면 비록 내가 궁해 질 지라도, 그들을 통해서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의 젊은 생각과 뜨거운 열의를 통해, 저는 교회의 밝은 미래를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게 되는 행복이라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귀를 제어하는 능력과 병을 치유하는 힘을 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은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 였습니다.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을 치유한 뒤에 무엇인가를 받으라는 이야기도 아니지요. 아무 것도 지니지 말 것이며, 치유한 뒤에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어떤 대가를 바랐다면, 제자들은 그런 기적을 행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기적이란 대가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을 소홀히 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무상으로 주어지는 곳에 행복이 있음에도 우리들은 물질적인 것에 행복이 있다고 착각을 하곤 합니다.

 

오늘의 예수님 말씀을 다시금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

 

통장을 보니까.. 돈이 조금 남아 있네요. 오늘은 그 돈 좀 써야겠습니다.

 

 

                                       오늘의 지령

 

지금 내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한턱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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