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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킹신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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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9-26 ㅣ No.2756

인천교구 빠다킹신부님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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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저는 부천에 있는 성가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매주 찾아갔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환자들을 위해 기도도 하고, 어떤 경우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이 기간(약 8개월 정도)은 저 나름대로 보람된 시간이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뜻밖의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병원에서 제일 가까운 성당의 보좌 신부였고, 그래서 성가병원으로 봉성체와 병자 성사를 주기 위해 자주 방문을 했었습니다. 특히 호스피스병동, 중환자실, 응급실은 제가 주로 드나들었던 곳이었지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환자 방문을 위해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섰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어떤 수녀님을 만났습니다. 물론 성가병원에서 소임을 맡아 일을 하시는 수녀님이셨지요. 저는 그 수녀님을 종종 뵈었기 때문에 인사를 했습니다. 수녀님도 저를 보고서 인사를 하시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어느 교회에서 오셨어요?"

 

이 병원에 그렇게 자주 왔건만, 그리고 한번도 로만칼라를 하지 않고 병원에 온 적이 없었는데도, 목사님이냐고 묻는데 정말로 어의가 없었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지요.

 

"수녀님, 제가 이 병원에 그렇게 많이 왔는데 저를 모르십니까? 수녀님께서도 저희 성당에 오셔서 미사도 보고 그러셨잖아요? 저 요 옆의 소사 성당 보좌 신부로 있는 조명연 신부입니다."

 

그랬더니 수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병원에 자주 오시기에, 저는 열심한 목사님인 줄 알았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들은 병원에 자주 오지만 신부들은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때서야 알게 되었고, 아울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런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아무튼 이 일은 저에게 충격이었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갖게 해주었던 일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대한 평가가 사람들에게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죽은 세례자 요한의 부활, 엘리야, 옛 예언자...

 

이 중에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즉, 후에 베드로가 고백한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는 답을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놀라운 기적을 행했었건만,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는 말씀을 그렇게 많이 했었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특히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는 자신이 지은 죄가 있어서 예수님께 두려운 마음까지 갖게 됩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저를 두고서 목사님으로 생각했던 수녀님처럼,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고정관념. 이 관념은 똑바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고정관념은 나만을 만족시키는 판단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즉,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단은 이 고정관념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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