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내안의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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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9-30 ㅣ No.2766

(묵상)

 

 예수를 따라다니며 제자 훈련을 그렇게 받은 이들이 자리다툼을 한다.

예수의 몸과 마음과 행동을 이미 몸으로 체험한 이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문제에 대해 갈등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너희 중에 제일 낮은 사람이 제일 높은 사람이다" 라는 이 말씀이 귀에 들어올까?

지난해 어린이날에 한 신부님으로부터 "어린이날, 축하합니다" 라는 전화를 받고 하루 종일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모른다. 너무나 엉뚱한 발상이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얼른 "제가 어린이입니까?" 따지듯 물었더니 "예수님이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못 들어간다고 했는데 천국에 가시려면 아직 멀었네요"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연세 드신 수녀님들은 "네,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반면 젊은 수녀님들은 화를 내더라는 것이었다.

내부로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이를 만난다. 나는 부모님에게 떼를 써본 기억도 투정을 부려본 기억도 별로 없다. 어른스럽게 자라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했던 것을 놓쳐버리고, 그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성숙되지 않아 어린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미숙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안의 어린이는 가장 약한 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이를 달래며 참으로 수용하기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김광숙(한국감마연구소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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