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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내지는 싸우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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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청년회장 [9amsa] 쪽지 캡슐

2000-05-19 ㅣ No.3400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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