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의 아침바다엔 안개비가 내립니다.
찢겨진 가슴사이로
그댄 흰 꽃잎 되어 춤추고
남겨진 자의 어지러움이
술 채워진 종이컵 위에 내려앉습니다.
하 많은
사랑하고, 미워하던 모두를 남기고
마저 끝내지 못한 정열과
못 다한 그 사랑을 뉘 몫으로 남기고,
남긴 저 술잔을 뉘더러 비우라며
그대 흰 꽃잎으로만 날리고 있습니까?
그리도 바삐 갈 길을
그렇게 가고 말 것을
그렇게 한 줌 재로 뿌려 질 것을
그렇게...
그렇게 살다 갈 것을
어찌 쉬 왔더란 말인가!
못 다한,
입다물어 삼켜버린 그대의 절규가
들립니다.
눈 감아버린 이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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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쭉대는 꼬라지로 찍힌 얼굴위로 검은 리본이 드리워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니놈 영정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도 못대는 니놈 잔까지 난 배부르게 잔을 비운다.
가거라
애경씨에게서두,
한나에게서도....
통곡하는,
니놈이 남기고 간 주위엔 다신 얼씬거리지 말고....
그래도,
행여 니놈 생각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면
그땐 니놈 잔에도 술을 채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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