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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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욱 [yoonook] 쪽지 캡슐

2000-05-24 ㅣ No.3495

 

 

 

 

 

석모도의 아침바다엔 안개비가 내립니다.

찢겨진 가슴사이로

그댄 흰 꽃잎 되어 춤추고

남겨진 자의 어지러움이

술 채워진 종이컵 위에 내려앉습니다.

 

하 많은

사랑하고, 미워하던 모두를 남기고

마저 끝내지 못한 정열과

못 다한 그 사랑을 뉘 몫으로 남기고,

남긴 저 술잔을 뉘더러 비우라며

그대 흰 꽃잎으로만 날리고 있습니까?

 

그리도 바삐 갈 길을

그렇게 가고 말 것을

그렇게 한 줌 재로 뿌려 질 것을

그렇게...

그렇게 살다 갈 것을

 

어찌 쉬 왔더란 말인가!

 

못 다한,

입다물어 삼켜버린 그대의 절규가

들립니다.

 

눈 감아버린 이제사,

 

 

 

 

 

     

    히쭉대는 꼬라지로 찍힌 얼굴위로 검은 리본이 드리워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니놈 영정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도 못대는 니놈 잔까지 난 배부르게 잔을 비운다.

     

    가거라

    애경씨에게서두,

    한나에게서도....

    통곡하는,

    니놈이 남기고 간 주위엔 다신 얼씬거리지 말고....

     

    그래도,

    행여 니놈 생각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면

    그땐 니놈 잔에도 술을 채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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