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가끔은... |
---|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없이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억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