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어느 철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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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숙 [clara250] 쪽지 캡슐

1999-04-12 ㅣ No.571

어느 철새에게

             이해인

 

너의 길은

너무 멀다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몸무게의 55%를 지방질로

채우기위해

소화기관을 일부러

25%까지 줄인다는

네 처절한 절제와

날갯짓을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

 

내가 걷는 삶의 길

시의 길도

머나먼 길이지만

아무것도 덜어내는 노력없이

편한 것을 찾는 내가

부끄러웠다

 

자유가 무엇인지

너는 알겠지?

 

신(神)과 가까울

말은 아끼게 되더라고

네가 말했지?

 

 

---- 머나먼 길을 떠나는 나의 마음은 이것 저것 가득 채운, 터질듯한 가방.

     어깨에서부터 온몸으로 파고드는 무게때문에 나는 길이 멀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가야 할 길보다는 짊어져야하는 가방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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