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글]혼자보기아까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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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dalle] 쪽지 캡슐

2001-05-08 ㅣ No.6082

 

 

혼자보기 아까운 글을 발견해서 또 들어왔습니다.

 

눈물나게 감동 받았거든요. *^^*

 

그럼 함 읽어보세요~

 

 

슬기로운 네로

 

그 해 겨울, 대구는 유난히도 추웠다.

 

영하17도에 함박눈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펑펑 쏟아졌다.

 

잠결에 개들이 요란스럽게 짖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손전등을 켜 들고 문 밖으로 나서니 정문 쪽 성모상 앞에서 네로를 위시하여 다섯마리의 개들이 네 발을 동동 구르듯이 하며 둥글게 모여서는 큰소리로 짖고 있었다.

 

네로가 나를 보자마자 급히 달려와 옷깃을 물고는 큰 뭉치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갔다.

 

가마니였다. 서둘러 펼쳐 보니 거기에는 금방 태어난 갓난아기가 있었다.

 

아기는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개들 역시 가마니를 밟거나 물어뜯지 않은 채 둘레를 빙빙 돌며 네 발을 구르며 짖고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며칠전만 해도 밤중에 집을 지키라고 풀어놓았더니 닭장과 토끼집을 마구 부수고 다 잡아먹어 야단치고 미워했던 개들이었다.

 

갓난 아기는 추위에 새파랗게 얼어있었다. 움직이지도 않아 죽은 것 같았다.

 

얼른 방안으로 옮겨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를 하고 목욕을 시켰다.

 

한시간 쯤 뒤 겨우 모기만한 가는 소리로 서글프게 "아~"하고 울어 댔다.

 

그제야 어떻게 아기를 싼 가마니가 정문에서 약 30미터 떨어진 성모상 앞에 버려졌는지 궁금했다.

 

가서 살펴보니, 정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다만 정문 밑에서 부터 가마니를 질질 끌고 성모상 앞에까지 온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마니를 끌고 올라온 양 옆에는 수많은 개 발자국들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구실을 못하면 ’개만도 못하다’라는 말을 한다.

 

누군가 자기가 낳은 아기를 탯줄도 끊지 않고 벌거벗긴채로 눈속에 내버렸는데 개들은 오히려 그 아기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 유순자 데오판 마리 수녀님의 <하느님 귀염둥이의 행복>에 있는 글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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