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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는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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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칠년 [Lilly] 쪽지 캡슐

2000-01-03 ㅣ No.1253

요즘 릴리가 왜 이러는지...

 

무신 소리냐구여?

 

작년 12월 그러니깐 1999년 12월말쯤 택시타구 집에 가다가 택시에서 내리면서 지갑을 잃어 버렸죠.

 

음~ 연말에 쓰려구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어느정도 지갑엔 돈두 있었는데..

 

쓰리는 가슴을 안고,우선 카드 신고부터 하고...

 

 

 

이틀후 회사로 전화가 왔어요.

 

우리집 근처에서 지갑을 주웠다구..근데 돈은 하나두 없었다구..

 

암튼.주민등록증외...기타 여러가지들은 그대로 있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고...

 

담부터는 정신좀 차리고 다녀야겠다..다짐을 했건만...

 

 

 

오늘 새해 첫출근..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총무팀에서 전화가 왔죠.

 

"혹시 지갑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이건또 무슨 소리야....가방을 열어보니 지갑이 없는거예요.ㅠ.ㅠ

 

총무팀에 올라가서 보니 현금도 그대로 있구.카드며...모든게 다 있더군요.

 

오늘 아침에 택시타고 회사에 내리면서 내가 또 지갑을 떨어뜨렸던거죠.....

 

(나두 도무지 내자신이 이해가 안감..)

 

다행히 우리 회사 청소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내 지갑을 보셨구....

 

으~~~ 오늘은 정말 내가 너무 싫은날 입니다.

 

 

 

지갑을 찾고..엘리베이터 안에서 음~ 그 할아버지께 뭐라도 감사의 표시를 해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세상에 매일 건물내에서 뵙는 얼굴들인데...

 

그분들이 계시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더라구요..

 

새벽부터 출근하셔서..하루종일 건물 구석구석 닦고 쓸고 하시는 분들인데...

 

총무팀언니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지하 3층 주차장에 그분들 쉬는곳이 있다구 하더군요.

 

좀 슬픈 생각이 들었어요..지하3층 주차장이라니... 그분들도 회사 직원이신데..왜 그렇게 어둡고 공기도 안좋은곳에 휴식처가 있는지..

 

할아버지 만나뵙고 작지만 제 맘의 표시를 전했더니..너무 부끄러워 하시는거예요.

 

"우리 직원 지갑 같은데 이 지갑 잃어 버리고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도 그분의 미소띤 모습이 눈에 선해요.

 

오늘 릴리는 너무 부끄럽고,또 한편으로는 기뻐요.

 

지갑을 찾은 기쁨보다 오늘은 그분을 통해 많은걸 되찾았거든요.

 

회사 생활하면서 웃으면서 즐거운 맘으로 일했던 기억이 언제였던가..

 

이제 2000년...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구...이정도면 릴리의 새해 시작은 좋은거 아닌가여?

 

 

 

내자신 안에만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도록....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

 

 

 

우와~ 벌써 1시가 다되어 가는군...일해야지~~

 

이상 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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