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첫눈 오는날 만나자

인쇄

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2-21 ㅣ No.2215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 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 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불을 밝히고

하나의 풍경이 되어 서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부터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첫눈은 첫사랑과 같은 것인가.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사람들이 눈 내린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창 밖을 본다.

거리의 나뭇가지마다 켜켜이 눈이 쌓여있고

하늘은 더욱 푸르다.

첫눈이 내렸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1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