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상큼한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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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johnlee74] 쪽지 캡슐

1999-03-29 ㅣ No.335

전날의 숙취와 노래방에서 약간 무리한 고로 힘들게 일어났습니다.

머리도 자르고 아침도 먹고 서점에도 가려고 수업 시작 한 시간 전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학생회관을 향해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앞에서 낭랑한 개신교 찬송가가 들려 왔습니다.

기타를 잡고 앉은 남학생 하나와 옆에 남녀학생 한 명씩이 서서 부르고 있었습니다.

별로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개의치 않는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저도 바삐 지나갔습니다.

머리를 잘랐습니다.

아침을 먹었습니다.

서점에 갔습니다.

그러니 10분이 남았습니다.

늦을세라 얼른 학생회관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노래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 그대로의 흔들림 없는 모습,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는 얼굴.

이제 거의 지나가는 사람도 드문 길에서

그들은 그렇게 큰 소리로 최소한 한 시간은 주님을 찬미했습니다.

그들 뒤엔 신입생에게 자신을 소개하려는 플래카드 한 장 없었습니다.

그저 행인들에게 주님을 알리려는 순수한 잔치였습니다.

문득 그들의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어 울컥 했습니다.

 

부활절을 앞둔 월요일 아침, 한 주의 시작이 이렇게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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