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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안드레아사제순교자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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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7-08 ㅣ No.636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 축일(다해. 2001. 7. 8)

                                                제1독서 : 2역대 24, 18 ∼ 22

                                                제2독서 : 로마 5, 1 ∼ 5

                                                복   음 : 마태 10, 17 ∼ 2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무엇을 쓸까'(오세영작)라는 시가 있습니다.  "무엇을 쓸까 / 탁자에 배부된 답지는 / 텅 비어 있다 / 전 시간의 과목은 '진실' / 절반도 채 메꾸지 못했는데 / 종이 울렸다 / 이 시간의 과목은 '사랑' / 그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 이제는 소용이 없다 / 맨 손엔 잉크가 마른 만년필 / 하나, / 그 만년필을 붙들고 / 무엇을 쓸까 / 망설이는 기억의 저편에서 / 흔들이는 눈빛 / 벌써 시간은 절반이 흘렀는데 / 답지는 아직도 순백이다 / 인생이란 한 장의 시험지 / 무엇을 쓸까 / 그 많은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 치르는 시험은 항상 / 당일치기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시험을 본다면 몇점이나 받을까요?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항상 우리는 올바른 삶, 성공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모두가 같은 삶을 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삶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같은 것입니다.  올바른 삶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제 즈가리야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는 왕 요아스를 훈계합니다.  성령을 받은 사제 즈가리야는 왕의 마음을 다시 야훼께 되돌리기 위해서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하느님의 징벌을 예고합니다.  올바른 말을 하던 즈가리야 사제는 결국 왕과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성전마당에서 돌로 쳐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 나라의 첫 번째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 즈가리야처럼 동족에게 참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오롯이 바친 분이십니다.  바로 이분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아낌없이 하느님을 위해 바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들의 굳은 믿음에 의한 것이었음을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의 구원을 보증하는 것이기에 믿음 때문에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은 무엇보다도 '증거하는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과 사랑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하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자들과 동족에게 김대건 신부님은 죽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살기를 바라고,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김대건 신부님은 이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 버렸습니다.  아니 스스로 이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오직 하느님께 대한 신앙 때문에 인간적인 모든 욕망과 기쁨을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또한 '철저한 신앙의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 때문에 십자가의 고통을 거부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신앙 안에서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증언하게 될 사람들이 받을 여러 가지 고통과 역경을 설명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러한 박해 속에 제자들을 그냥 버려 두지 않으실 것과 성령의 도움을 약속해 주십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믿고, 그러한 하느님과 함께 살면서 일상에서 그분의 뜻을 실현하는 삶이 신앙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참된 모험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신앙인은 비신앙인과는 다른 눈을 가질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모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앙이란 사람이 아닌 하느님께 순종하는 일이며, 순교란 그것의 한 결과일 따름입니다.  순교자는 하늘의 가치, 진실을 위하여 현실을 뛰어넘어 자신을 던진 사람들입니다.  거짓과 술수, 임기 응변은 참된 삶, 평화를 주지 못합니다.  예수님과 같이, 순교자들처럼 죽으면서도 진실과 그리고 이웃을 위한 희생의 삶을 보여줄 때 비로소 평화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함께 계시는 분이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때 우리는 사도 바오로와 함께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합니다."고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이란 인간과 하느님이 함께 하는 일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용기와 믿음을 본받아 우리도 열심히 살아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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