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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누가 사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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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2-07-11 ㅣ No.10205

꽁꽁 얼어 궤짝에 쌓인 생선에 싱싱함이 갇혀

 

’추워~’ 하며 떨다가 끝내 멈추어버린 심장의 고동을 보고있는데,

 

어디선가,

 

"싱싱하지요?"

 

"예"

 

"어떻게 보관해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끄떡없어요"

 

 

 

얼리면,

 

’오래 오래 싱싱하다’는 것.

 

’그대로 멈춰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것.

 

’복종한다는 것’만이 있는 어물전엔

 

싱싱한 죽음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살다보면

 

변해 가는 그이의 ’맘짓’과 ’몸짓’을 얼려

 

싱싱하게 간직하고 싶을 때 있습니다.

 

생각과 눈치가 다른 그이 앞에

 

내 스스로 얼어버린 때도 있습니다.

 

"떨리세요?" 하여,

 

"예~"라고 말이 얼고

 

"얼지 말고요~. 맘놓으세요" 하여

 

"예!"라고 마음이 얼고 몸이 얼고.

 

 

 

다리가 얼어 가지 못하고

 

생각이 얼어 마음이 닫혀지고

 

사랑이 얼어 거리가 생기고

 

자유가 얼어 꽁무니 빼고

 

삶이 얼어 사나마나하기 쉬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따갑게 얼어버린 얼음에 손대면

 

얼음이 손에 짜릿한 기운으로 달라붙듯이,

 

붉게 얼어버린 내 마음에 그이가 손대면

 

그만 가슴이 얼어 붙어버리듯이,

 

한없이 얼어, 상하지 않았음으로

 

붙고 싶습니다.

 

 

 

얼었던 하늘이 녹아 빗물이 되듯이

 

얼었던 마음이 녹아 눈물이 되듯이

 

내 마음에 낡은 것도 얼어두어

 

다시 싱싱해질 수 있다면

 

이대로 얼어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싱싱한 마음들을

 

얼음에 놓으렵니다.

 

내 그리움에 남아 있는 뜨거운 미소를

 

냉동하렵니다.

 

두고두고 변하지 않게 말입니다.

 

그 사람이 벌린 사랑의 틀에

 

그 모양새로 영원히 싱싱하게 얼어봅니다.

 

 

 

 

그러면 누가 사가나요? ^^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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