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아내와 내가 대통령 선거에 거는 기대

인쇄

신희자 [youth88] 쪽지 캡슐

2002-11-30 ㅣ No.1364

 

 “난 이번 선거에서 꼭 ×번 찍을 거야, ×번!”

최근 여중생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MBC PD수첩을 보고 나더니만 아내는 문득 이렇게 폭탄선언을 하더군요. 그 전까지만 해도 거의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에게 자신의 한 표를 주겠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PD수첩을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혹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현재 움직이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움직이게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사람들에 대해 크나 큰 환멸감이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환멸감이 너무 심하게 느껴진 나머지 비록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대통령 후보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고, 미국과 미군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을 찍어주고 싶어진 모양이었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나머지‘그래, 우리 그러자!’하고 냉큼 동의를 해버리고 싶어지더군요.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꽃다운 두 생명을 억울하게 잃고도 나라와 정부가 못난 나머지 항의 한 번 변변히 못해보고, 심지어는 죄 지은 자들을 무죄 방면해 유유히 떠나가게 해주고 만 작금의 현실은 가슴을 바늘로 콱콱 찌르는 듯 아프게 느껴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 아픔만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현재 움직이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움직이게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사람들에 대해 실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이 실망과 분노는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아내와 내 표심(票心)을 움직여가고 있습니다.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에 대처하는 꼴을 보아하니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단 한 구석이나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는 사람에게 과감하게 한 표를 던져주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죠.

 

 

당선 가능성이니 최악의 상황이니 하는 것들은 염두에 둘 필요없이 제 나라 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마음 깊이 분노할 줄 알고, 그동안 이 땅의 정치인들이 저자세로만 일관해 온 미국을 향해 뼈있는 싫은 소리도 내뱉을 줄 아는 사람에게 표를 던져 못난 정치인들 덕분에 덩달아 이유없이 미국에 눌려 사는 우리 민초들의 치밀어오르는 반항심을 한 번 표출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진 겁니다.

 

 

불과 몇 퍼센트 득표 정도를 예상했던 예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대통령 선거판에 이변을 연출함으로써 선거 때 외에는 우리 민초들이 철저히 배제돼 있는 정치판 나리들의 속을 한 번쯤 뜨끔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앞으로는 미국 못지 않게 최소한도로나마 민초들의 눈치를 살피며 정치를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든다면 이 또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직 어느 쪽으로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만, 이번 대통령 선거만큼은 정말 열심히 참여해 볼 생각입니다. 아내와 더불어,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몇 안되는 표나마 모아 진정 우리의 대표가 될만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진정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줄 후보에게 보태 보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2002년 대통령 선거에 거는 희망과 기대가 정말 큽니다. /이일화

 

 

 

오마이뉴스   2002-11-29 16:20:21  

 

 

 

 

 



3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