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참회의 촛불을 켜며

인쇄

정 병진 [gama] 쪽지 캡슐

2001-12-31 ㅣ No.3585

- 손 씻는 아침 -

                  윤 제림

나 이 아침에 손을 씻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식탁을

얼마나 많은 종이와 책들을 더럽혔는가

반성하며 손을 씻네...가진 것 다 내려놓고

한 손에 잡히는 깨끗한 물건 하나씩만 갖고 가라 길래,친구여

훔친 책들도 버리고

때묻은 지패도 버리고

흐린 거울도 버리느라

손톱 밑까지 까매진 손을 씻네

빨래바위 닳도록 하얗게 문지르네

비누 하나 다 버리며 손을 씻네

 

솔숲이 바라다 보이는 별장 창가에서 윤 시인의 시집 ’사랑을 놓치다’를

읽으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관계의 정리를 위해 이름, 수첩을 하나씩 정리 하는 데,

나의 수첩엔 갈수록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많아진다.

마음에도 집에도 교회에도 참회의 촛불을 켜본다.

서로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 청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우리는 순결하지 못했읍니다.)

맑고 순결한 아름다움을 꿈꾸면서도 우리의 눈과 입을 맑고 순결하게 다스리지 못했읍니다. 감각적인 것에 탐닉한 적이 많았으며 내면의 뜰을 가꾸는 일에 소홀했읍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대한 호기심, 과도한 성취욕, 무절제한 삶으로 일상의 균형을 깬 적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실수한 것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지 않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겸손과 용기가 부족했읍니다. 감사해야 할 일들을 찾아 기뻐하기보다 불평을 자주 했으며 선의의 충고조차 선선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서로를 관심있게 바라보고 들어주고 배려하는 자비심이 부족했읍니다.

다른이의 허물을 감싸주고 이해하기보다 참을성없는 몸짓과 언어로 상처를 주었으며 때로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요구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의 고통과 불행에 깊이 동참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고,방관자로 지켜보는

마음엔 평화가 깃들지 않아 괴로웠습니다.

평화는 먼 데 있는 꿈과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회개하고 용서하고 나눔으로써 이루어 내야 할 구체적 열매임을 새롭게 배운 한 해였습니다.

 

첨부파일: 아직 늦지 않은 후회.asx(13K)

5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