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이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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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1-07-19 ㅣ No.2413

한바탕 소나기라도 흩뿌리고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한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체 만강들 하시고 옥체 평안들 하신지요? ^.^

오랜만에 게시판에 들렀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그런데 저는 며칠 전 참으로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지난 번에 말씀 드렸듯이 얼치기 농부가 되어

혹독한 가뭄 속에 열무랑 상추 몇 포기를 키웠다가 뜯어 먹고,

장마비가 오기 전에 다시 상추랑 열무를 심었는데

일주일 후 손톱만한 잎사귀들이 올라오더니,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오니까 2주일이 지나자 제법 키가 컸었지요.

약 3주가되어 솎아 주기 위하여 밭엘 가보니

이런?.......

새파랗게 고개를 내밀던 녀석들이 모두

시들시들 노랗게 말라 죽어버렸지요.

순간 하늘이 노랗고 ,

가슴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누가 이런 못된 짓을 했는지 알아보니까

농협에서 제초제를 뿌렸다는 사실을 알고

힘없이 피식 웃어 버렸지만 한없이 허탈했지요.

제깐에는 농약도 안치고

각종 벌레들이 달려들어 뜯어 먹고 남은 것을 수확하면서

하느님이 주신 자연의 벗들과 진정으로 함께해보고 싶었고,

죽음의 문화에 익숙한 이 시대에 작은 힘이나마 저항해보고 싶었는데...

전혀 도움이되지 않는 이웃 때문에 일년 농사를 망쳐버리게 되었지요.

사람들의 마음이 왜 이리도 편한 것 쉬운 길만 찾으려고하는지....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벗일터인데

불필요하다며 독한 농약을 뿌려서 죽여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시고

그분께서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실까 두려운 느낌이었지요.

얼치기 농부가 설익은 손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큰 아쉬움으로 남는 이 여름이군요.

모쪼록 장마철에 이어서 무더운 여름 건강에 유의하시고

알찬 휴가 속에서 주님을 가까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년 농사를 망쳐서 하늘 보기가 부끄러운

얼치기 농부

 

비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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