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다시 시작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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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9-25 ㅣ No.2752

다시 시작하는 하루 

  
김영훈(永勳) 

산마루 멀리 새벽이 오르면 
도시를 휘감은 골짝 안으로 
안개가 잔뜩 잠겨 
큰 호수를 이루게 된다 

큰 집들이 듬성듬성 서 있으면 
작은 집들은 비좁게 모이듯 
송사리는 자갈 여울에서 노닐고 
쏘가리는 맑고 깊은 곳에서 산다 

두더지들은 제 굴로 기어들고 
구조조정의 두터운 이불에 
밤잠을 빼앗긴 사람들 
산 넘어 햇덩이가 어둠에서 꿈틀댄다 

밤 갈피마다 햇살은 파고들어 
깊게 가라앉았던 강물에 
잠 덜 깬 빈 손을 씻어 보면 
출렁대는 하루는 다시 시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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