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며칠 전에 받은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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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가 아직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때 독서대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빛나눔터를 하던 때 청년신자가 직접 쓴 원고로 1독서를 대신 했던 미사였습니다. 그때 저는 후배이야기를 썼습니다.
많이 힘들어 하던 덩치 큰 녀석이 많이 야위고 황량한 모습으로 나타난 오래간만에 나타난 술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었더랬습니다. 세상 사는게 왜 이렇게 힘이 드냐고... 그 녀석에게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있는 덩치큰 녀석 앞에서 선뜻 위로의 말을 할 수 있는 선배가 몇이나 되겠어요. 그런데다가 저 역시 세상이 힘들었고 한술 더 떠 녀석에게 힘든 길을 선택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마지막에 그렇게 썼습니다. 뭐라 위로할 말도 없이 함께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채로 그냥 손을 꼭 잡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로 끝끝내 가야한다고 .... 그렇게 말했습니다. 또 다짐했었죠.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녀석에게 감히 위로조차 할 수 없는 길이지만 끝끝내 가겠다고 말이죠. - 어쩌자고 그런 용기가 났을까요?
그때의 그 후배가 며칠전 E-mail을 보내왔습니다. 요즘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구요, 스스로 되고자 했던 모습으로 살고 있지 못하다고요. 아직까지 전 답장을 못했습니다. 글쎄요, 그렇게 독서대에 올라가 호언장담하던 제 모습을 생각해보고 지금 제가 선 자리를 돌아보느라고요. 잘 서 있는 걸까요? 혹시 많이 다른 길로 가고 있는건 아닐까요?
벌써 5-6년쯤 지난 때의 일이지만 아직도 들썩이던 녀석의 어깨가 눈에 선합니다.
내일쯤은 녀석에게 전화라도 해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