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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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리 [lpius] 쪽지 캡슐

2000-06-16 ㅣ No.1011

만약...

[닭살 돋긴하지만..]

내가 1억이 있다면....

빨간 스포츠카와 주먹만한 다이아반지를 선물하고...

레스토랑 큰 곳을 빌려서 촛불 잔치를 하고...

그녀와 와인을 건배하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내가 천만원이 있다면....

세계의 유명한 곳을 몇 군데 골라서 그녀와 여행하고....

기념품을 두개씩 사서 하나씩 나눠 가지고...

해변에서 석양을 보며 품에 안겨 잠들고 싶어..

 

내가 백만원이 있다면...

핸드폰을 선물해주고...

생각날 때마다.. 힘들 때마다 전화를 걸어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칭얼대고 싶어....

 

내가 십만원이 있다면 ....

며칠동안 동해안으로 놀러 가서...

새벽 잠 서로 깨워주고 밝은 일출을 보며....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어....

 

내가 만원이 있다면...

아주 슬픈 영화를 보러 가서는...

서로 눈물 흘려서 창피해할 때.....

내 하얀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주고..

그녀의 품에 안겨 울고 싶어...

 

내가 천원이 있다면...

월요일날 복권 두 장을 사서 나눠 갖고...

일요일까지 작은 기대감과 행복에...

웃으면서 살고 싶어...

 

 

내가 백원이 있다면..

공중전화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바쁘지 않을 때 쯤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걸어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를 6분동안 듣고 싶어....

 

내가 십원이 있다면....

십원의 양쪽 면을 반들반들하게 다듬고.. 윤이 나도록 닦은 후..

그녀의 이름과 나의 이름을 예쁘게 새겨서 선물한 다음

참 열심히 했구나.. 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

 

내가 한푼도 없다면..

그녀 때문에 흘린 눈물을...

조금만 유리병에 조심조심 모아서...

가득찰 때쯤 되면... 너를 이만큼 생각했어.. 하고 선물해 주고 싶어.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가 이젠 없을 거라는 걱정 때문에...

환생도 포기하고 영혼이나마 그녀 곁에 맴돌며...

그녀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내 영혼이 없어질 때까지...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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