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주보7면 용마루골 소식140호

인쇄

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2-10-18 ㅣ No.4016

 

 

 가을밤, 텅 빈 넓은 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보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바람이 불고 감잎이 마당에 뒹구는 소리에 잠자리를 뒤척이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렇게 뒤척이며 지샌 아침, 산은 어제보다 더욱 붉고 곱다.

가을은,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만산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불같이 활할 타오르는 단풍을 보러 단풍 구경을 간다. 내 맘도 저렇게 활활 태워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곱고 예쁜 꽃도 아무리 불같이 탄 고운 단풍도 임이 없다면, 사랑하는 이가 없다면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저 해 지는 서산 마루 새하얀 억새와 단풍이, 저 아름답고 고운 골짜기가 다 무슨 소용이리오, 사람들아, 이 빛 좋고 단풍 고운 가을, 쓸쓸한 사람은 더욱 쓸쓸할 것이요, 그리워 애가 타는 사람은 그리움에 더욱 사무칠 일이다.

 

목메게 사랑을 찾는 사람은 저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얻을 것이요,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떠난 사랑에 우는 사람아, 한 번 떠난 사랑은 이 가을 다시 오지 않으리.

 

 

김용택 《인생》중에서

 

 

 

첨부파일: 용마루 140호 .hwp(27K)

5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