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49일간에 아름다운 시간..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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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미 [lusia0502] 쪽지 캡슐

2001-02-17 ㅣ No.4331

[ 황산테러6살 태완이,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18 ]

 

 

"엄마, 나 갈 래. 갈 래. 갈래."

 

"태완이 어디 간다고?"

 

"............"

 

엄마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

아이가 어딜 간단 걸까?

지난 밤 나간 T.V p.d수첩프로로 각지에서 격려의 전화가 온다.

쉴사이 없이 전화는 오고, 아이 아빠는 경찰서에 조서를 받기 위해 가고 ,

전화와 아이의 고통속을 엄마는 정신 없이 헤맨다.

아이는 하루 사이 급급히 상태가 나빠진다.

복수가 차올라 배는 무섭게 부어 오르고....

배 아파 한다..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며 ,덥다 하고, 춥다 한다.

체온이 35도까지 내렸다, 갑자기 40도를 웃돌고...

소변과 대변이 그냥 흘러 나온다.

소변이랄 것도, 대변이랄 것도 아닌... 투명한 액체가...

"엄마, 엉아 나왔다, 쉬 나왔다 한다, 엄마 참을 라고 하는데

저절로 나온다."

20여일을 물 한모금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의 몸에선 빛깔 고운

젤리 모양의 끈적한 액체가 자꾸만 나왔다.

아이는 전에 없이 고통스러워한다.

가슴이 답답하다 한다.

아니 마음이 답답 하댔다.

앉아있고 싶다 해 ,아이를 일으켜 보았지만 아이는 견디질 못한다.

창 밖에 어둠이 지고 있다.

"태완아, 엄마 한번만 더 엎어 보자."

아이는 힘없는 고개 짓을 한다.

이렇게 고통에 가득한 모습을 엄마는 볼 수가 없다.

"태완아, 엄마 한번 만 엎어 보자."

아빠가 아이를 일으 킨다.

아빠가 주춤 거린다.

엄마는 아빠의 힘이 많이 빠졌으리라 여겼다.

엄마등에 뉘어진 아이머리가 힘겹게 무거웠다.

잠시 그렇게 있던 아이가 내려 달랬다.

아이를 앉혔다 뉘는데, 아빠 혼자의 힘으론 아이머리를 지탱치 못했다.

축 늘어진 ...

엄마는 두려운 맘이 든다.

"엄마,3 층 이모보고 싶다. 빨리 오라고 해."

"응, 좀만 기다려, 이모야 한 테 전화 걸어 줄게."

"이모야, 빨리 온 나, 내~에 이모야 보고 싶다."

아이는 자꾸만 재촉 한다.

체내 산소율이 떨어지고, 아이는 산소 호흡을 해야 만 했다.

아이의 모든 상태가 급격히 떨어 진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소아과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시고ㅡ산소 호흡이 인공호흡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가 시작 됐다.

소아과 선생님은 아빠를 불러 뭐 라고 속삭인다.

아빠는 엄마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 보낸다.

"밖에 나가 있어..."

엄마는 병실 문밖에서 떨고 서 있다.

여지껏 견 뎌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태완이가 이겨 주리라 ... 엄마는 바램을 가져 본다.

의료진의 발빠른 움직임이 계속 되더니ㅡ

소아 중환자 실로 옮겨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의 붕대 감은 얼굴엔 핏물이 배어 나온다.

 

이동침대 옆 아빠가 아이에게 말한다.

"태완아, 아빠 여기 있다."

아이가 아빠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아빠는 지금도 그 아이의 따뜻한 마지막 손길이 느껴진단다.)

소아과 중환자실...

아이의 입과 코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 피가 아이 온 몸을 적신다.

그를 바라본 엄마는 ’눈 부시게 아름답다’ 고 생각 했다.

어느 분인가 ...

 

"사망 시간, 오전 8시...."

 

돌아나온 엄마는 복도 끝자락에 멍하니 앉았다.

 

아이를 치료 해 주시던 분이 바른 걸음으로 아이게게 가고 있었다.

뒤 따라선 엄마는

 

’우리 태완이 이쁘게 치료 해 주세요.’한다.

 

영안실로 내려간 아이...

밖엔 비가 오시고 있었다.

 

 

 

 

 

 

 

 

 

[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 19 ]

 

태완이의 마지막날

 

입관식...

 

아이와의 작별.

태완이가 누워 있었다.

 

"우리 태완이 예쁘네..."

 

엄마는 " 태완아, 안 아프더나?" 한다.

 

새로 산 속옷..., 새로산 남방..., 새로산 벨트...

그렇게 입고 싶어 한 새로산 회색빛 양복...

우리 태완이 참 어젓하다...

 

엄마는 태완이에게 입맞춤을 했습니다.

’태완아, 잘가.’

작은 관 속에 아이가 눕혀 진다.

아주 쬐끄만...,예쁘고 귀여운... 옻칠한 관속에.

냉장고 문이 열리고 태완일 눕힌 관이 ......

철척-하고 문이 닫혔습니다.

아이의 빈소로 돌아온 엄마는 조화 뒤에 숨어 아이를 생각합니다.

~무지개 다리 놓고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갈 수 없는 저 먼 우주는~

.... ....

엄마는 아이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부르다, 울부짖는다.

그리곤 쓰러졌나보다.

사고가 나고 첨으로놓아 버린 정신...

누군가가 바늘로 찌르고...

또 누군가"저기 태우 온다.정신 차려... ."

어디서 그런 힘이 날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어 선 엄마는 태우에게 다가 간다.

-태완을 보낸 엄마는 떠나간 태완만큼

태우가 가슴 아픔니다.-

주위 사람들은 태우에게 동생의 죽음을 충격없이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모두들 유쾌한 모습으로 말을 걸고, 태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쥐어주고...

태완이가 좋아한 ’골드런’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태우는 그저 읽었다.

감정의 표현이 나지 않는다.

맨 뒷줄에 엄마와 나란히 앉은 형아는

스님의 태완이를 위한 기도를 듣고 있다.

말없이 있던 형아가 울기 시작 한다.

그 흐느낌은 좀처럼 그 칠줄 모른다.

엄마는 아빠는 어쩔줄 모른다.

"방학하면,태완이 한테 선물 줄려 했는데, 그 선물 인자 어떻 하노..."

엄마,아빠는

"태완이는 죽지 않았어, 엄마 아빠 그리고 형아랑 영원히 살거야.

태완이가 형아 좋아한거 너 알지?,

네가 자꾸 울면 태완이도 슬퍼할거야. 태완이 맘편하게 가게 울지마.

엄마 아빠도 안 울잖아."

다음날 아침...가는 빗줄기가 나리고...

태완일 실은 차가 병원을 나선다.

먼길을 따라 우리 네 식구가 웃고 함께 한 그 집은 찾았다.

태완이의 영정을 형아가 두 손에 꼬옥 들고 방으로 들어 갔다.

엄마는

"태완아 물고기 한테 인사 해야지...,이제 미안 해 하지 않아도 돼,

니가 보낸 물고기랑 친구 하면 되잖아..." 나직히 속삭입니다.

"... ... ... ..."

태완인 말이 없다.

그리운 그 집을 아이는 구석 구석 인사를 한다.

형아랑 마지막 밤을 보낸 작은 방...

소리쳐 뛰놀던 골목길...

모두랑 모두랑 작별을 고한 아이는 말없이 차에 오른다.

뜨거운 불길이 기다리는 화장장을 향해...

’고 김태완’ 이라고 쓴채 커다란 굴이 입을 열고 있다.

아이가 조용히 들어가고...

"태완아 잘가."

"태완아 ,잘 가... ."

아빠는 말없이 눈물만 쏫아낸다.

"태완아 아빠가 나쁜 사람 잡아서 혼내 줄게..."

아빠는 소리쳐 말 합니다.

모두들 ...,

사랑했던 모두가 ’태완아, 태완아’한다.

긴 시간이 흐르고

불길 속에 잠재워진 아이의 이름

’고 김 태완’ 분필로 쓰여진 이름이 그 아저씨의 무표정한 손으로

쓰윽 하고 지워 졌다.

아이의 이 세상 흔적은 그렇게 사라졌다.

-내 사랑 하는 아가... 태완아

엄마가 진정 널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먼 훗날 널 만나면

엄마가...

엄마가...많이많이 사랑할게...-

 

엄마는 널 이렇게 보낸다.

 

 

 

태완엄마입니다.

 

지난 99 년 5월 20일

따스한 햇살이 비추이던 5월...

 

6살 꼬마 .태완이는 세상의 마지막 빛을 보았습니다.

 

황산이라는 무서운 약품이 태완이의

두 눈과 찬란한 5월의 햇살을 뺏었습니다

 

전신 40%이상의 3도 화상을 입은 채, 생존율 5%...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화상치료...

아이는 49일을 어연히 보내다,

같은 해 7월 8일 세상의 마지막을 고했습니다.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미결로 남았고,

남겨진 가족은 아픈 기억으로보다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태완이를 그리워 할려 합니다.

 

눈물로 기억하기엔 너무 고운 아이였기에

엄마는 흐르는 눈물위로 미소를 띠며

그 아이의 마지막 남겨진 아름다웠던

49일 간의 시간을 생각 합니다.

 

이 땅에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아픔이 일어나지 않기를 ...

 

가슴 후련히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가족이 생겨 나지 않기를...

 

형제 잃은 아픔을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가여운 형아가 없기를...

 

어린 아이에게,

정말정말 고운 아이들에게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엄마는 간절히 바랍니다.

 

.....................

그 동안 많은 분들이 태완이를 아파하고

사랑어린 격려를 많이들 보내 주셨습니다.

깊은 정성에 다시금 고마운 맘을 전하며...

 

진정으로 감사 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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