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내 마음까지 비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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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수 [sunshine] 쪽지 캡슐

1999-04-01 ㅣ No.537

  나는 비를 참 좋아한다,

  비오는날 태어난것두 아니구 비오는날 만들어진것두 아닌데

  어릴때 부터 유달리...

  사춘기때는 거의 광적으로?

  이런 비오는 날은 방에 처박혀서 비 내리는 것만 종일 쳐다봐도 좋다.

  남들은 구질구질하게 비가 뭐 좋으냐구...

  기분 우울해서 싫다구 하지만

  난 그 우울까지 가슴에 감아들어 좋아한다.

  이렇게 오래도록 가물다가 내리는 비는 더 좋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방안의 화분들을

  문밖 옥상에다 내어놓아야지.

  햇살도 듬뿍, 봄비도 함빡 받아들이게...

 

  오늘아침 당직이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잔뜩 찌뿌린 잿빛 하늘을 보며 출근하는데.

 

  오래살다보면? 아니 오래근무하다보면

  스스로 둥글둥글해지는 야들야들해지는 법을 너무 빨리

  배워버린다.

  그러나 가끔 울컥 솟아오르는 용암같은 것들이

  나를 멍들게 하고 나의 초발심?을 어지럽힌다.

  비도 내리는데 이러지 말아야지.

 

  비안개에 서울의 거리가 젖어든다.

 

  언제나 슬픈 前望으로 현재를 소진할수는 없지만

  들뜨고 억지로 밝은체 하는 것도 내 모습이 아닌것 같다.

  좀더 잡초의 생명력을 바람의 자유로운 영혼을 배워야 겠다.

  비 내리면...

 

  언제나 좋은 날만 계속되면...해만 비치면....그긴 사막이 된데요.

  비도 오구 바람두 불고 하는 속에 초목두 자라구 냇물도 흐르고 그러는 거라지요.

 

  비오는 날은 빗줄기 같은 소주를

  식도에 내리꽂으며

  아주 오랜 음악이 흐르는 낡은 주막에서

  잊어버려야겠네요.....가슴속의 눈물을...

 

 

                                             왠지 옛모습들이 그리워지는 종수가..

 

 

 PS. 관형아 너도 비를 사랑하구나..

     어때! 오랜만에 비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소주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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