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꿈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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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완 [raph] 쪽지 캡슐

2000-02-27 ㅣ No.477

지금 저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향긋한 원두향의 커피 한 잔을 드립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앞에 놓으시고

저와 함께 꿈을 나누어 먹을까요.

 

오늘 조금 쌀쌀하죠.

바람없는 봄은 없잖아요.

창문너머 햇살을 바라보며

한 번 까딱까딱 졸아보세요.

무슨 꿈을 꾸셨어요?

그 예쁜 꿈을 나눠주실 수 없다면

소 되새김처럼 혼자 자꾸 씹으세요.

 

저는요 가끔 아니 자주

되씹는 꿈이 있답니다.

봄이면 산으로 들로 뛰어나가 나물도 캐고(그래도 분명 사내입니다)

씨도 뿌리고 그 흙냄새가 그리워 땅과 함께 뒹구는 그런 꿈말입니다.

지금 점심먹은지 오래지 않지만

이렇게 되씹고 있어요.

까딱까딱 졸면서 꾸는 꿈은 거의 이런 꿈이죠.

아이쿠, 이런 커피가 식었군요.

다시 한 잔 끓여드릴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내일 다시 오신다고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전 좀더 졸렵니다.

                                      꽁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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