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시]섬진강,5-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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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이 [songei91] 쪽지 캡슐

2001-05-30 ㅣ No.6272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 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에

 

가물가물 살아나

 

밤 깊어질수록

 

그리움만 남아 빛나는

 

별들같이 눈떠 있고,

 

짜내도 짜내도

 

기름기 하나 없는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데 박고

 

날릴 불티 하나없이

 

마음 등불 몇 등같이

 

이 세상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새벽 강물에

 

눈꼽 닦으며

 

우리 이렇게

 

그리운 눈동자로 살아

 

이땅에 빚진

 

착한 목숨 하나로

 

우리 서 있을 것이다.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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