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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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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범 [seead] 쪽지 캡슐

2002-03-02 ㅣ No.2233

                       <묵상>  루가 15. 1-3,  11-32

 

 

 

 

 

   성 아우구스티노는 “최선의 지식은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 자신이 바로 죄인이요’ 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자신을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당연시하는 사람일수록 ‘나는 무죄’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듯하다.

 

 

자신의 판단과 잣대, 가치관만이 옳다고 굳게 믿는 이들, 자신의 신앙은 너무도 확고하여

 

베드로의 경우와는 처음부터 달랐다고 맹세하는 이들일수록 그러하다.

 

그런 이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는 기준, 즉 죄목이 많다. 물론 그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 나갈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테지만.

 

 

 

바리사이들과 율사들의 고상함과 도덕심, 신앙심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 그들 사전에

 

‘회개’는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예수님은 사사건건 이들과 논쟁을 벌이시고 부딪치곤 한다. 예수님이 죽어라

 

옹호하고 감싸고도는 이들은 바로 바리사이와 율사들이 ‘죄인’이라고 상대도 않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이렇게 죄인들과 어울렸다는 바로 그 대목에서 나는 엄청난 매력을 느낀다.

 

엉성한 신앙심, 부끄러운 예수님 삶 닮기 등등을 보더라도 분명 나는 죄인인데 이런 나를

 

끝까지 예뻐하시고 편들어 주신다니’….

 

하느님 나라의 신비, 구원의 신비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바리사이나 율사들과 한 줄에 서 있는 나를 본다.

 

 

 

 

너는 이래서 안 되고, 너는 이래서 아니고,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며 쉬임

 

없이 사람들을 판단하고 재단하기 바쁜 나를 본다.

 

 

 

내가 설정한 틀에 맞지 않으면 밖으로 밀어 낸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밀쳐낸 나의 세상은

 

좁긴 하지만 일견 평온하고 견고해 보인다.

 

죄인 중의 죄인인데 나는 그걸 모른다.

 

 

 

그저 내가 밀어낸 죄인들과 허물없이 먹고 마시고 웃고 재미나게 몰려다니시는 예수님을

 

보며 투덜대고 있을 뿐이다.

 

 

 

                    장영예(가톨릭 파트너십 연구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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