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감동(?)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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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필 [sunfeel] 쪽지 캡슐

2000-02-14 ㅣ No.1814

눈이 와서인지 포근한 느낌이 드는 월요일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드시고 나서라면 일단 소화좀 시키시고 난 뒤에 이글을 읽으세요.

실화입니다.

 

때는 1990년 5월 5일 과에서 야유회를 갔습니다. 춘천에 있는 중도로...

재미있게 놀구요..오후에 배타고 나와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학교까지 걸어가자는 과대표의 말에 모두들 걷기 시작했습니다.

걸어가면 한시간이 좀 더걸리는 거리입니다.

명동근처를 지나가는데(춘천에도 명동이 있습니다) 춘천 토박이하나가

근처에 짜장면을 잘하는 곳이 있다고 먹고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집이 6층인가에 있었습니다..이렇게 높은데다가 중국집을 내면

장사가 될까 싶더라구요..

아뭏든 8명인가가 들어갔습니다.짜장면이 맛있다고 그래서 모두들

짜장면을 시켰죠. 사실 전 짬뽕을 먹고 싶었는데...

맛있긴 맛있데요..절 포함해서 7명은 거진 다먹었는데

한 친구가 엄청 천천히 먹는겁니다. 그래서 모두들 짜장 남은것 까지

싹싹 긁어 먹었는데 이 친구 갑자기 이게 뭐야 하면서 짜장면 그릇에서

뭔가를 끄집어 냈습니다. 뜨~~~악 이럴수가~~~~

그건 엄지 손가락만한 바퀴벌레였습니다. 서울서 보는 조그만 바퀴벌레가

아니고 영화 조의 아파트에 나오는 막 날라 다니기도 하고 물기도 하는

먹바퀴였던겁니다. 보자 마자 비위약한 여자애하나는 헛구역질을 했습니다.

우리도 억지로 참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의 등을 돌려 배를 보여주면서

" 야 근데 배가 없어~!"  그렇습니다. 그 바퀴벌레 머리와 날개만 있고

배는 어디로 갔는지 없는겁니다..그 친구 먹던 짜장면을 모두에게

나눠주고는 배를 찾으라 했습니다...그러나 슬프게도 배는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약간 맛이 가버리고 말았죠.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바퀴벌레를 본 주인 아저씨 씩 웃으시며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다시 드릴께요"

다시 준다니 ..설마 배가 있는 제대로 된 바퀴벌레를 다시????

간짜장이 다시 나왔습니다. 그냥 짜장은 많이 볶아서 놔둔다고 그러셔서

혹시 거기에 배가 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간짜장을 시킨겁니다..

물론 누군가의 배속으로 들어 갔을수도 있구요...

그때부터 음식에서 이상한거 나온 얘기가 줄을 이었지요..

비위 약한 여자애도 면역이 생겼는지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8명은 간짜장 한그릇을 또 먹었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갈비탕에서 새끼 쥐가 나왔다더라...

바나나를 먹는데 굼벵이가 절반만 나왔다 사과상자를 선물받았는데

거진 다먹고 났더니 상자바닥에 쥐가 새시를 낳았더라 등등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우린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집 짜장면 정말 맛있더라구요. 바퀴벌레가 비결인지도 모르지요.

배부르데요....물론 한그릇값의 돈도 냈지요.

친절하고 초연한 주인아저씨가 아니였다면 우린 막 화내고 돈도 안내고 그랬을테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동기 모임하면 가끔씩 그얘기를 합니다..

 

"정말이지  우린 그때 진짜 착했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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