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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11-13 ㅣ No.5240

잠깐 짬을 내어 게시판에 들어왔어요. 오늘 학교 신문을 보니 몇 주 전부터 "커밍아웃"이 한 논제로 한 면을 가득 메우고 있군요. 한 쪽에서는 지금이 어느때인데, 경제이니 정치니 그런 논제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쓸데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는군요. 몇 년전 미국 대학 기숙사 생활을 할 때 친구들과 저녁 때면 라운지에 나와 수다를 떨곤 했었요. 그 때 한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전형적인 미국인 여자애였구요. 둘이 여러가지 얘기를 하던 중, 자신이 ’게이’라고 말해서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애가 그 다음 제게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Don’t step back, please."..^^;;  그리고 한참동안을 자신의 지금까지의 생활과 고민에 대해서 제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작문 페이퍼를 보여주었어요. 그애는 개신교신자였고, 교회내에서의 성역할 교육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놓았지요. 그 때 처음으로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그 친구를 피하곤 했는데, 간헐적으로 이 문제가 이슈화 될 때마다 그애의 작문 텀 페이퍼(A+ 를 맞었더라구요)에 적어놓았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정당성과 사회와 교회내에서의 성역할 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동성애자의 철저한 소외에 대한 그 애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의견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같은 층 친구들의 숙덕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당당했던 그 친구가 떠오를때면 어쩜..그리 어색하고, 어려운 이슈도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소수자라는 측면에서, 소외되고, 음지에 있는 그들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다르다는 것..어디까지가 같다는 것이고, 다르다는 것이며, 어느 부분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무엇이 옳고, 무엇을 그르다고 제쳐놓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잠시지만 생각에 잠깁니다.

 

....

아 참.. 오늘 고 3 수험생 미사가 있지요? "맹목적 경쟁을 통한 선택됨과 발전"을 위함이라기 보다는 "진정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훗날 11월이면 늘 고 3때 기억으로 우울하다는 친구들이 줄어들길 바라며 이만, 그럼. 낼 제출할 숙제가 이따만큼 있군요. 언어학은 꼭 수학공식같습니다. 함수를 적용해야 하거든요. 가끔 이론에 파묻혀 헤맬때 선배가 해준, ’부수적인 것 빼고, 뼈대를 파악해라’는 말이, 가끔 신앙생활에서 힘들때 ’정작 중요한 것은 한가지’라는 말씀과 더불어 떠오릅니다. 금 나중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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