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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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 [imichaelin] 쪽지 캡슐

2000-02-08 ㅣ No.374

박노해님 글입니다.

 

 

 

지치고 몸이 아프면 의지도 기력도 다 빠져나간 텅 빈 몸이

 

저 홀로 더엉더엉 울립니다.

 

쉬어라!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몸이 던지는 화두를 받습니다.

 

 

 

쉼, 휴

 

푸른나무에 몸 기대인 사람하나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짐을 벗고 맑은 솔바람에 땀 씻으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단전에 힘을 주며 긴 호흡으로

 

다시 저 먼 길을 바라보는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나는 나를 쉬지 못했습니다. 내 슬픈 불덩어리를 쉬지 못했습니다.

 

밤낮 일하고 달리고 싸우고 열심히 지나쳐 한 순간 욕심이 되어

 

내속의 푸르름과 밝음을 이토록 갉아먹을 때까지

 

나는 진정 나를 쉬지 못했습니다.

 

 

 

쉬어라!

 

쉰다는 것은 곧 버린다는 것

 

버리고 또 버려 맑은 소리 날 때까지 쉼없이 나를 돌이켜 비워

 

내리는 것

 

텅 빈 내 안에서 다시 세상의 아픈소리.

 

내일이 삭트는 소리.

 

나직한 하늘 소리가

 

새벽 종울림으로 울릴 때까지

 

 

 

쉬어라!

 

쉬는 것도 일입니다. 쉬지말고 쉬어야 합니다.

 

밤의 시간이 있어야 내일 다시 해가 뜨고

 

겨울 삶이 있어야 푸른 봄이 자라나듯

 

쉬어야 차오르고, 쉬어야 깊어지고, 쉬어야 멀리 내다보며

 

끝까지 진보할 수 있습니다.

 

쫓기는 삶을 돌이켜 쫓는 삶이 되어야 이 복잡해진

 

세계 속에 숨어있는 참 사람의 푸른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

 

 

 

이제 불의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고 그 헌신,

 

그 열정을 그대로 내면화할 때입니다.

 

불덩어리를 안으로 품어 내 온몸 구석구석에서 내 삶의

 

바탕뿌리에서 우리가 놓쳐온 작은 생활 하나하나에서

 

푸르게 되살려내야 할 때입니다.

 

 

 

참혹하게 무너진 나는 근본 자리로 돌아가

 

나를 열고 나를 비움으로

 

천 골짝 만 봉우리 물이 흘러들어 이 물둥지가

 

차오르기를 가득 차오른 물이 다시 저 들녁으로

 

기쁘게 흘러가기를 하루하루 치열한 기다림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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