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생각해 보는 글 10]- 어느 목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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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성 [dooly] 쪽지 캡슐

1999-05-10 ㅣ No.477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둘리입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 너무 게을렀지요....

         

        그동안에도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나타났군요... 모두 모두 반갑습니다.

         

        이제 500번도 얼마남지 않았네요... 모두가 여러분들이 노력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500번 째의 도배 금지 규정 때문에 모두가 눈치작전을 편다면 아직도 500번 도달은 먼어~~~ㄴ 일이겠죠...

         

        그동안에 게시판에 좋은 소식, 아름다운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참 좋습니다. 레오의 퇴원 소식(이젠 밀림의 왕자 레오처럼 팔팔 뛰어 다녔으면 좋겠어요), 즐거웠던 청년 체육대회 이야기, 그리고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동강 보존에 대한 논쟁(사실 논쟁은 아니었지요.. 모두 동강 살리기에 찬성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저도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저도 살리기에 찬성이라서....히히.. 왠 변명...) 등 여러분들의 열심한 모습들이 정말 좋습니다.

         

        사실 오늘 글을 올리는 것은 500번이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아래의 475번 게시물 때문입니다. asinus(아마도 라틴어로 당나귀)라는 분이 올리는 [사제]라는 글이 저를 너무도 찔리게 했어요...

         

        나는 과연 어떤가????  !!!!!!

         

        제가 그 글에 맞는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살도록 노력할께요... 글 올려 주신 분 감사합니다.

         

        아래의 글은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신영복"님의 [나무야 나무야] 중에 있는 글입니다. 행동하지 않고 머리 속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저같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기에 나눕니다.

         

        힘들지만 언제가 기쁘게 살았으면 합니다.  

         

        둘리 올림  사랑합니다.

                       

     

 

 

 

 

        어느 목수의 이야기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기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기를 본으로 떴습니다. 이를테면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의 윤곽을 그렸습니다. 한자로 그것을 탁(度)이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장에 갈 때는 깜박 잊고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제법 먼 길을 되돌아가서 탁을 가지고 다시 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에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보면 될 일이 아니오."

        차지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던 그 노인이 발로 신어보고 신발을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탁(度)과 족(足), 교실과 공장, 종이와 망치, 의상(衣裳)과 사람, 화폐와 물건, 임금과 노동력, 이론과 실천... 이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우리의 사고를 다시 한번 반성케 하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오늘은 월요일, 둘리가 노는 날이예요... 하루 종일 빵 한쪽, 라면 한개 먹고 방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참 빼먹은 게 있어요... 신수동 이뿐이 임금이 양이 졸업작품으로 신수동 성당 홈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데요... 모두가 기뻐합시다.  그리고 도움을 청하면 기쁘게 도와 줍시다.  또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저나 금이양에게....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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