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침묵은 어떤 말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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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6-27 ㅣ No.5024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강의도 할

때 였다. 때는 겨울이었고 나는 캠퍼스 근처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을 방문했다.

이름이 아이젠하트였던 그 노인은 수학자였으며

아인슈타인의 친구이기도 했다.

나는 주로 밤에 그의 집에 갔다.

그는 문을 열어 나를 맞이하고는 난로가로 데려

갔다. 그렇게 앉아있으면 그의 아내가 차 한잔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앉아

있곤 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면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언제 그 잡에 가든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리라

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너무나 좋았고 소중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를 다시 찾아갔다.

한번은 그가 내게 수학책 한 권을 주었다.

매우 수준 높은 책이라 나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책은 그의 우정의 표시였기에

나는 그 책을 소중하게 간직했다.

때로 침묵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단지 차를 마시며 보낸 침묵의 30분이 쉬지 않고

말을 나눈 1시간보다 값질 수 있다.

침묵은 말보다 더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으며, 말

보다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일러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침묵을 두려워한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두세 명이 함께 모여 대화를 하다가 도중에 갑자기

침묵이 돌면 모두가 불편해지기 때문에 무슨 말이라

도 하려다보니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된다며 어떻게

침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고 말이다.

참묵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식사시간 외에는 저녁 좌선이 끝난

시간부터 다음날 아침 법문이 시작될 때까지 침묵의

시간을 가진다.

침묵은 우리의 수행과 행복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서

우리는 이를 ’고귀한 침묵’이라 부른다.

언젠가 나는 플럼빌리지의 나이 많은 비구니에게

침묵수행을 권한 일이 있다.

가슴속에 부정의 씨앗 몇 개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 깨문에 행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비구니들에게 엄하게 대했다.

나는 그녀에게 당신은 매우 재능이 많은 유능한 사람

이라고 말해 주었다. 다만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그렇

지 않은 경우 침묵 수행을 한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제안한 수행은 3달 동안 단 3가지 말만

하고 사는 것이었다. 그 3가지 말은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반복해도 좋았다.

그렇게 1주일만 해도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첫 번째 말은 "당신을 돕고 싶은데 제가 할 일이 있을

까요?"

두 번째 말은 "제가 당신을 돕기 위해 한 일이 마음에

들었나요?"

세 번째 말은 "제가 그 일을 좀더 잘 할 수 있도록

제안해 주실 일이 있나요?" 였다.

이 말은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말하는

당사자 역시 행복하게 만든다.

 

침묵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100% 존재하는 것을 도와

주는 힘일 뿐 아니라, 현재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

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보게 해주는 힘이다.

또한 침묵은 놀라운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침묵과 고요가 우리 살과 뼛속까지 파고들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두라.

플럼빌리지에서는 저녁 좌선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갈

때, 발걸음 하나하나를 인지하면서 천천히 걷는 걷기

명상을 수행한다.

밤의 고요함과 신선함을 만끽하며 걷는 이 수행을 할 땐

옆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의 침묵 수행을 도와야 하니까 말이다.

숙소에 도달하면 별과 나무와 바람이 있는 바깥에서

한 10분 정도 머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

그 다음엔 안으로 들어가서 씻은 후 잠자리에 든다.

침묵수행을 하다 보면 우리가 평소에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언젠가 미국의 오메가 인스티튜트에서 수련회를 할 때,

3일 동안 참가자들에게 침묵 수행을 권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은 3일 동안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다녔다.

무언가를 말해야만 할 때 종이에 적어두기 위해서였다.

하루가 가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들은 각자 자신이

하루 동안 쓴 말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거기 적힌 대부분의 말들은 하지 않아도 그만

인 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무 생각 없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말에 낭비하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개중에는 심지어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도 있었다.

자신의 말을 돌아보는 과정인 침묵수행을 통해 당신은

서서히 당신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침묵은 말보다도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붓다 시절에 사람들은 붓다의 근처에 와서 앉아있기만

해도 감동을 받았다.

당신도 붓다처럼 말없이 앉아 평화로움과 기쁨의 빛을

사방에 뿜어낼 수 있다.

당신이 깨어있는 수행을 수행한다면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따를 것이다.

침묵은 말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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