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가을욕심

인쇄

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1-09-21 ㅣ No.8285

지금쯤 전화가 걸려 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 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 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5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