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쿠쿠...읽어보셔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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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경 [mella] 쪽지 캡슐

2000-06-28 ㅣ No.1342

 

 

  중학 3학년때 미술선생님은 무척이나 평범한 여선생님이었다.

 

  외모도 그다지 출중하지 않았고 몸매도 그리 먹어주게 잘빠진

 

  편이 아니었다.

 

  다만, 과목이 미술이란점이 중2때 한참 벌떡벌떡(-_-;) 거리던

 

  사춘기 녀석들을 사로잡았다.

 

  그 당시는 치마두른 여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거나 붓을 들고

 

  스케치북앞에 앉아 있으면 무조건 천사로 간주되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녀석들이 그 선생님을 사모했었다.

 

  내 친구 태영이도 그 대열에 끼어 있었는데 놈은 아주 심각하게

 

  좋아했다.

 

  (나 역시 16살 먹은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으나 여자를 보는 안목은

 

  이미 마흔에 도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 고로 쓰리사이즈가

 

  옳바르지 못한 그 선생님은 내 사랑을 받지 못했다. 우후후후;;;)

 

  아무튼 태영이 놈의 선생님에 대한 사모가 병적으로 깊어갔을때쯤

 

  이었다.

 

  주말이라 늘어지게 누워 TV를 보고 있던중 놈에게 전화가 왔다.

 

  "나 좀 도와줘, 으흑"

 

  몹시도 간절한 어조의 목소리였다.;;

 

  놈의 집에 도착해 보니 방안엔 백지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고

 

  커다란 카세트가 한대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놈은 폐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쓰러져있었다-_-;

 

  "야 뭐해?"

 

  "오....영욱아....으흑"

 

  놈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을 끌어 앉혔다.

 

  날 구세주보듯 하는 놈을 보니 그리 기분나쁘진 않았지만

 

  엄습해오는 찝찝함을 지울수가 없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 으흑..

 

  그래서 말인데..."

 

   그렇게 운을 뗀 녀석은 자신과 선생님의 통화 계획이라는

 

  타이틀아래 작전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바로 카세트 테잎을 이용해 놈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선생

 

  님께 전화를 걸어 시간차 통화를 하려는 계획이었다.

 

  난 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_-;

 

  하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 역할을 내게 주었다;;

 

  "자..내가 선생님을 사모하는 한 익명의 학생이야. 넌 황쌤이고"

 

  "...으음-_-;"

 

  놈은 백지에다가 자신이 할 대사와 예상되는 선생님의 대사칸을

 

  만들어 놓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

 

  난 적응이 쉽게 되지 않았다-_-;;

 

  그러자 놈은 발끈하며 화를 냈다;;

 

   "이새끼야. 여보세요? 어? 누구니? 라고 해야지"

 

  "..어..어 그래;; 여보세요;;..어 누구니;;;"

 

  놈은 잽싸게 엎드려 방금의 대화를 빈칸에 적어넣었다;;;

 

  다시 잽싸게 일어나더니 전화하는 시늉을 하며 다음 대사를 했다.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누군지 밝힐수가 없어요..."

 

  "....음?;"

 

  참으로 난처했다;

 

 

 

  내 눈앞에 있는 태영이는 이미 예전의 태영이가 아니었다;;

 

  "그 다음은 응? 그 다음은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

 

  놈의 눈은 심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글쎄;; 이름을 대라며 화내지 않을까?"

 

  "아냐! 황쌤은 화내지 않으실꺼야."

 

  놈은 골똘히 고민한 결과 " 그래 무슨 일이니? " 와 같은

 

  문장을 다음 빈칸에 채워넣었다;

 

  난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눈 돌아간 놈을 설득

 

    시키기엔 내가 너무 무력했다;

 

  한참동안의 실랑이(-_-;) 끝에 어느정도 놈의 대사와 예상

 

  가능한 황쌤의 대사들의 빈칸이 채워져나갔다.

 

  기억을 더듬어 거의 흡사하게 간추려 보자면 이러했다.

 

 

 

 태영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 여보세요? 어 그래. 누구니?

 

 태영 :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누군지 밝힐수가 없어요

 

 선생님 : 음 그래. 무슨일이니?

 

 태영 : 선생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요.

 

 선생님 : 그래? 호호호 <- (내가 극구 말렸던 부분중에 하나였음-_-;;;;;)

 

 태영 : 이렇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아요.

 

 선생님 : 니가 좋다니 이 선생님도 흐뭇하구나. <- (-_-;;;;;;;;;;)

 

 태영 : 저도 흐뭇해요, 선생님.

 

 선생님 : 원 녀석도... (실현가능성이 점점 제로로 치닫고 있다;;)

 

 태영 : 근데, 선생님. 여쭤볼말이 있어요.

 

 선생님 : 응. 그래, 뭐니?

 

 태영 : 선생님 애인 있어요? <- (이 시간차 전화의 최종목적인것 같음-_-;)

 

 선생님 : 아니, 없는데. 호호호 (놈의 자신감이 이미 극에 달했음을 알수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놈이 직접 짠 대사건만

 

 이미 기정 사실인 것 마냥 몹시 행복해 했음;;;)

 

 

 

 태영 : 저도 없어요...

 

 선생님 : 그러니?

 

 태영 : 전 오래전부터 선생님을 사랑해왔어요.

 

 선생님 : (이 부분을 직접 듣는것이 이 전화의 종착점이다)

 

 

 

 마지막 황쌤의 반응에 따라 이름을 밝힐것인가 안밝힐것인가를 결정

 

 하는것이다.

 

 놈은 카세트의 녹음 버튼을 누르곤 대사를 시작했다.

 

 난 맞은편에 앉아서 입만 뻥끗거리며 황쌤의 대사를 했다.

 

 내 대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놈의 대사가 이어졌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놈은 황쌤과 결혼날짜라도 잡힌듯 땅을 치며

 

 행복해했다.

 

 

 

"이렇게 녹음된 목소리면 내 목소린지 쉽게 알아보지도 못할꺼야."

 

 

 

 난 그쯤에서 놈을 말려야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미 녀석을 멈추게

 

 할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놈은 테잎을 제일 앞으로 감은뒤 쉼호흡을 한후 전화기의 스피커폰

 

 버튼을 켠뒤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엔 나 조차도 긴장되 호흡이 빨라졌으니 놈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는 모습은 그다지 이상치 않았다.

 

 잠시후 전화기 스피커에서 나지막한 여자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인듯했다.

 

 

 "여보세요?"

 

 

 내 계획은 99.9% 정확할것이라던 놈도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놈은 조심스럽게 카세트 테잎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태영이니?" (-_-;;;;;;;;;;;;;;;;)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누군지 밝힐수가 없어요..." (-_-;;;;)

 

 "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요..."

 

 "..근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울려? 너 태영이 맞지?"

 

 "이렇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아요"

 

 "야! 김태영"

 

 "저도 흐뭇해요, 선생님." (이즈음에서 태영이는 약간 혼절한 상태였음-_-;;;)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근데, 선생님. 여쭤볼 말이 있어요" (선생님이 무시당하고 있음-_-;;;;)

 

 "...." (화가 단단히 난 상태인것 같았음;;)

 

 "선생님 애인 있어요?"

 

 "...김태영 너 내일 학교에서 보자" (전화가 끊겼음-_-;)

 

 "저도 없어요..." (-_-;;;;;;;;;;;;;;;)

 

 "전 오래전부터 선생님을......"

 

 

 

 전화는 끊기고 테잎만 쓸쓸히 혼자 돌아가고 있었다.;;

 

 

 

 "...너 이제 어떡할래;;"

 

 

 

 안스러운 표정으로 놈을 쳐다보며 묻자 놈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애인이 없을꺼야 으흑흑"

 

 ".....-_-;;;;;;;;;;;;"

 

 

 

 그 주 미술시간부터 놈은 모델이 되어 자주 나가기도 하고

 

 황쌤의 사적인 심부름기사역도 자주 수행하며 의외로 선생

 

 님과 가까이 지냈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건 세상 어느 여자나 싫어할

 

 일은 아닌듯했다.

 

 

 

 ...다만 2학기에 접어들어 태영이놈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뒤

 

 

 

 놈은 황쌤을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됐다-_-;;

 

 

 

 "아 씨 쌤은 왜 맨날 나만 이런거 시켜요"

 

 "뭣이?;;"

 

 

 

 ’이놈이 바람났나;’

 

 

 

 

 

 

 

 

 

 

우리 동호회에서 퍼온글 이에요...^.^~

너무 웃다가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 였어요.

남자들은 더 공감이 갈 것 같아요 ^^*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 정 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 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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