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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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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미 [jebise] 쪽지 캡슐

2000-09-18 ㅣ No.4365

비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차에 앉아 민경이와  "유리창엔 비"를 흥얼거렸다

낮부터 내린비는 이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남겨놓고서...    그렇게 낮부터 내린비는 저녁

까지 내리고 있었다.  금방 어두워지고 어둠과 함께 피곤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승객은 하나둘 떠나가고 남아있는건 잡담을 나누고 있는 승무원 아저씨들과 한쌍의 남녀밖에 없었다.  내릴때까지도 비는 내리고 정동진 플랫포옴에 발을 디디며 보이는 하얀 물보라가 치는 파도의 거친 숨결이 내게 벅찬 감격으로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생명이 밀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태풍은 지나간 것일까.  정오가 되자 비는 그치고 파란 하늘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고 파도도 잔잔해져 있었다.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김경호의 와인 "사랑하는 사람 위해선 싫은일도 참아 내는것..."  그런것.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는 외로움도 참아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었다.

내게 외로움은 낯선 것이었다.  그런데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을 하나보다.

이름모를 외로움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젠 두렵지 않아 결코 멀고 험한 길만은 아니잖아.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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