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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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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억 [thomaskoh] 쪽지 캡슐

2004-07-27 ㅣ No.6202

 이 글은 2004년 7월호 "사목"지에 실린 글로써 김지언(대구 가톨릭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씨가 쓰신 것입니다.

 

수면과 건강

잠은 인간의 삶 가운데 약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차지한다. 만약 사람이 잠을 자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아침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서 가족들 또는 친구들을 만나고 밤새 뜬 눈으로 휴식하고 또 일상이 시작되고 기억이 끊임없이 연결된다. 좋은 일도 생기지만 잊고 싶은 일도 많은데 이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


잠이 필요한 이유


잠은 도대체 왜 필요할까?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잠을 자야 피로가 회복되고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수면 중에는 인체 근육과 신경 등이 휴식상태에 들어가며, 젖산 등 낮 시간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이 분해된다. 또 성장 호르몬 등 여러 가지 유용한 호르몬이 분비돼 성장과 신진대사 등을 촉진시킨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신체와 정신의 피곤이 누적되어 손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지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떨어지게 된다. 심하면 우리 몸의 각종 반사작용까지도 저하된다. 또한 잠은 정보 처리와 갈등 해소의 기능이 있다. 사람의 꿈은 기억을 정리하고 분류하며 삭제하고 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쓰레기와 같은 과거의 기록을 모두 떠안고 살아간다면 인생이 얼마나 고달플까. 사람의 뇌는 꿈을 통해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쓰레기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잠에도 단계가 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사람의 잠은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분류되며, 꿈을 꾸는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 단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잠이 들 때에는 얕은 잠인 1단계를 거쳐 2→3→4단계로 진행되며, 4단계가 끝나면 렘 수면 단계로 올라와 꿈을 꾸게 된다. 렘이란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렘 수면이 끝나면 다시 1-4단계 중 어느 한 단계로 돌아갔다가 다시 렘 수면으로 돌아오는데 이러기를 하룻밤에 4-6회 반복한다.

수면 시간의 첫 3분의 1에 깊은 잠, 곧 3`-`4단계 수면이 집중돼 있고, 끝 3분의 1에 렘 수면이 집중돼 있다. 깊은 잠 단계에서는 외부 자극 없이 저절로 잠에서 깨는 일이 거의 없는데, 깊은 잠은 보통 오전 2시 정도에 끝나고, 그 이후에는 얕은 잠과 렘 수면이 반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성인의 잠은 20-25%, 아기의 잠은 절반 정도가 꿈이다. 꿈을 안 꾸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꿈을 꾸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억을 못하는 것이다. 꿈을 기억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심리적이고 애매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논리적인 사람보다 꿈을 더 잘 기억한다. 또 꿈꾸는 도중이나 꿈꾼 직후에 잠에서 깨면 더 잘 기억한다.


적당한 수면 시간


그렇다면 일반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4-5시간만 자고도 다음날 졸리지 않고 활동에 지장이 없으면 그것이 본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이다.

과연 잠은 필요에 따라 얼마나 줄일 수 있으며, 얼마나 자야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일까. 결론은, 사람에 따라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하루 30분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낮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다른 사람이 많이 잔다고 따라 할 필요도 없지만, 적게 잔다고 따라 할 수도 없다. 무리해서 잠을 줄이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잠이 부족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잠을 줄이면 스스로 낮 시간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미세수면이 발생해서 깜빡깜빡 졸게 된다. 그 순간에 자습이나 강의에서 배우는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는 것은 당연하다. 학습 결과를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장기간 기억하려면 학습을 한 다음에 깊은 잠을 자고 꿈을 꾸면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녁까지 공부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려면 조금이라도 덜 자고 더 많이 공부하겠다는 각오보다 오히려 충분한 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잠이 부족하면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의 구조와 기능이 위축된다는 보고가 있다. 구조가 위축된다는 말은 놀랍게도 뇌의 모양이 일부 변한다는 말이다. 또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잠을 충분히 자야 성장 호르몬(깊은 잠에서 분비됨)이 제대로 나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키가 덜 클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씩 수면박탈 상태에 만성적으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것이 지니는 건강상의 위험성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본다. 더군다나 정보기술 강국이 지니고 있는 함정도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대화, 게임, 정보 검색과 같이 종래에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고 도서관을 여는 시간에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집에서 24시간 내내 할 수 있게 되었다. 제 시간에 잠을 안 자거나 잠을 설칠 가능성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밤늦게까지 매달리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은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해롭다. 단순히 ‘공부를 안 한다.’는 차원에서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이용한 설득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잠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가 도와주어야 한다. 밤잠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는 낮 시간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다. 흥미롭게도 90분 정도 낮잠을 자서 깊은 잠과 꿈을 확보하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여러 가지 수면 장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수면 장애는 매우 다양하며 국제적으로 약 84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깨어있어야 할 낮 시간에 졸리는 주간 졸림증, 수면 중에 발생하는 몸의 움직임이나 이상 행동 등이다.

가장 흔한 수면 장애인 불면증은 잠들기 힘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며, 불충분한 잠 때문에 낮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이 저하되어 무기력을 호소하면서도 계속해서 잠은 잘 자지 못하는 병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밤새 수백 번씩 무호흡 상태를 겪으며 1,2단계의 얕은 잠만 자는 병이다. 따라서 잠의 질이 저하되어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고 낮에 심하게 졸리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렘 수면 운동 장애는 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병이다. 꿈을 꿀 때에는 온몸의 근육이 풀어져 정상인들은 꿈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그러나 렘 수면 운동 장애 환자는 근육의 힘이 남아있어 강도를 잡는다고 옆에서 자는 아내를 몽둥이로 내리치거나, 악당을 피해 도망간다고 뛰어가다가 벽에 얼굴을 부딪히는 등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기면병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심지어 말을 하거나 식사를 하다가도 잠에 빠지는 병이다. 이 병이 있는 사람은 웃거나 흥분하면 갑자기 온몸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이 같이 나타난다.

그 밖에 사지 운동증은 무릎 아래 근육을 주기적으로 수축시키는 병으로 그 바람에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되는 병이다. 유사한 증상으로 잠자리에 누우면 종아리가 저리거나 가려워서 잠을 잘 수 없는 병도 있다. 이 같은 수면 장애는 수면 장애 클리닉을 방문하면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진단·치료할 수 있다.

잠이라고 하는 생리현상은, 무리하게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존경을 표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과도 같다. 현명하게 대해야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보답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수면을 취하는 데에는 다음에 제시하는 수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십계명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2.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3. 낮잠을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4.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5.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술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증가시키지만, 아침에 일찍 깨어나게 한다.)

6. 잠자기 전에는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섭취하라.

7.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8.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을 배우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9. 잠자리는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피하라.)

10. 잠자리에 들었는데 20분 이내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라. 잠들지 않고 오래 누워있으면 오히려 과도한 긴장을 유발시켜 잠들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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