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성모 승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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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억 [thomaskoh] 쪽지 캡슐

2004-08-11 ㅣ No.6212

 제1독서:묵시 11,19ㄱ; 12,1-6ㄱ.10ㄱㄷ 제2독서:1고린 15,20-27ㄱ 복음:루가 1,39-56


모든 믿는 이의 모범이며 희망이신 성모


묵상 길잡이: 이 축일은 지상생활을 마치신 성모님께서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나라로 들려 높여졌음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4세기 이후 ‘복되신 동정녀 기념일’이 성모님의 죽음과 승천 축일로 받아들여졌으며, 7세기경에 서방교회에 전해졌고, 8세기에 8월 15일로 확정되었다. 1950년 비오 12세 교황은 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믿어오던 성모 승천을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성모님의 승천은 모든 이의 희망의 징표이며, 마지막 날의 완성을 미리 보여준다고 하겠다. 오늘은 성모님의 축일 가운데 가장 큰 축일이다.


1. 1950년 비오 12세 교황은 성모 승천을 ‘믿을 교리’로 선포함


우리는 일반적으로 교회가 어떤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고 하면 갑자기 교회가 그런 교리를 만들어 법을 선포하듯이 발표하는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교회가 전통적으로 믿어오던 교리를 교회의 권위로 공적으로 확인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성모 승천 교리도 마찬가지이다.

비오 12세 교황은 이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면서 ‘사도 성 바오로’를 비롯한 여러 사도들의 믿음과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성 제르마누스’ 등 수많은 교부들의 한결같은 믿음의 증거를 제시하였다. 말하자면 교회가 사도시대부터 교부들과 함께 믿어왔던 교리를 교황이 교회의 권위로서 공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성모님의 승천은 그 믿음의 결과이다


성모 승천은 성모님께서 무덤의 부패를 겪지 않으시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승천하셨음을 고백하는 교리이다. 그러면 교회는 왜 이 교리를 주저 없이 받아들였던가? 한마디로 성모님의 승천은, 세상 종말 곧 세상이 완성될 때에 모든 신앙인이 누리게 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들어가신 그 영원한 세계를 성모님께서 가장 먼저 누리게 되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세상 종말의 본질은 흔히 생각하듯이 비극적인 파멸이나 재난이 아니라, 그 재난을 겪어낸 정화된 이들이 누릴 세상의 완성이 그 핵심이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향해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 하고 말한다.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 하시며,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인데도 주님께 당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기시고 전적인 신뢰를 드렸던 것이다. 마리아의 하느님께 대한 그 믿음은 변함이 없으셨다.

아들 예수님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을 때에도, 아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고, 급기야 십자가의 형틀에 매달려 비참하게 죽게 되었을 때에도 마리아는 이해할 수 없는 주님의 계획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신 채 묵묵히 따르신 것이다. 참으로 마리아는 믿는 이들의 모범이셨다.


3. 마리아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가장 깊이 동참하신 분이시다


얼마 전에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 of Christ)’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되었다. 예수님의 수난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오랜 신앙생활을 한 신자들도 그 영화를 보고 예수님의 수난이 얼마나 혹독한 고통이었는지를 다시 깨달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신 다음에도 성모님의 고통은 끝없이 밀려왔음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흔히 우리는 “아들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부모는 그 아들을 자기 가슴에 묻는다.” 하고 말한다. 마리아야말로 십자가 아래서 사형수로서 가장 수치스럽고 비참한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는 아들을 바라보셔야만 했다. 유명한 ‘피에타 상’은 십자가에서 내린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으신 마리아의 모습이다.

성모님의 가슴은 갈가리 찢기듯 얼마나 아팠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마리아는 예수님보다 더 혹독한 고통을 겪었을 수도 있다. 예수님의 고통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심으로써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지만 마리아의 고통은 그때부터 더욱 크게 밀려오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해받는 사도들과 함께 지내신 성모님은 그 뒤에도 줄곧 쫓기는 사도들과 함께하셔야만 했다. 이렇게 성모님의 생애는 참으로 고통으로 점철된 일생이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성모님보다 주님의 수난에 더 깊이 동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믿는 이의 모범일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가장 깊이 동참하신 마리아께서 예수님의 구원 공로를 가장 먼저 입고, 그분의 부활의 영광을 가장 먼저 체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는 우리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을 앞서가신 분이며, 우리의 희망을 놀랍게 실현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모범이며 선구자이시기에, 성모님의 승천은 단순히 마리아 개인의 영광이라기보다 마리아처럼 신앙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며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교회는 마리아에게 ‘교회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그렇다. 마리아는 하느님 백성(곧 교회)의 어머니이시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백성이 가야 할 길을 당신 친히 먼저 가시고 또 우리도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전구해 주시고 돌보아주신다. 그러므로 우리도 날마다 그분의 믿음의 길을 묵묵히 따라가면 마리아께서 승천하셔서 누리고 있는 그 영광에 반드시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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