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주님 세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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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1-30 ㅣ No.2507

주님 세례 축일(나해. 2003. 1. 12)

                                              제1독서 : 이사 42, 1∼4. 6∼7

                                              제2독서 : 사도 10, 34 ∼ 38

                                              복   음 : 마르 1, 7 ∼ 1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주님 세례 축일은 공현 대축일과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의 첫 기적과 함께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그 정체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공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전례적으로 예수님의 세례는 성탄시기를 마감하고 연중 시기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예수님께 세례는 30여 년간 나자렛에서 목수 일을 도우며 살던 평범하고 숨은 생활을 청산하고, 당신이 받은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확인하고 수행하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사건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세례란 예수님의 공생활을 장엄하게 알리는 순간입니다.  공개적 선언입니다.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그분을 보내셨고 그분을 거룩하게 하셨고 그분에게 성령을 충만히 내려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예수님의 생애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야훼의 종으로서의 예수님의 사명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나, 야훼가 너를 부른다.  정의를 세우라고 너를 부른다.  내가 너의 손을 잡아 지켜 주고 너를 세워 인류와 계약을 맺으니 너는 만국의 빛이 되어라.  소경들의 눈을 열어 주고 감옥에 묶여 있는 이들을 풀어주고 캄캄한 영창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을 놓아주어라."  그래서 구약에서 메시아로 예언된 예수님의 세례는 해방과 구원을 알리는 세례이며 기쁜 소식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베드로는 "하느님께서는 그분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주시고 그분과 함께 계셨습니다."라고 예수님의 메시아적 능력을 자신있게 설교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받은 세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즉 세례란 예수님이 받으신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으로부터 성령과 능력을 받고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세례를 받으면 금방 무엇인가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화는 결코 단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변화란 단순히 과거의 습관을 버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습관 대신에 새로운 습관을 익히는 것입니다."(경영컨설턴트인 캔 블랜차드) 라는 말처럼 우리를 다스리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습관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습관 중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특히 '중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언가에 중독되면 헤어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알콜, 도박, 담배, 폭력, 오락, 공부, 기도.  참! 공부와 기도는 중독의 대상이 아닌가요?)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하면 더 큰 방해물이 나타나서 길을 막아섭니다.  그렇지만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중에 문득 잊고 있던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완성이 아니라 탄생이며 시작입니다.  태어난 아기가 많은 보살핌과 단련을 통해 성인이 되는 것처럼 우리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자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세례 때의 체험을 되새기고 예수님의 하느님의 종으로서의 처지를 확인하고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와 용기를 늘 마음 속에 지녀야 하겠습니다.  그분은 그 누구도 차별치 않으십니다.

 

  새해가 이미 밝았는데도 여전히 어둡고 음침한 과거에 묶여 방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새롭게 일어서십시오.  그리고 다시 시작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지켜 주실 것이며 예수님께서 여러분의 손을 직접 잡아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이요, 그분 마음에 드시는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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