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주님 봉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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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2-02 ㅣ No.2511

주님 봉헌 축일(나해. 2003. 2. 2)

                                                  제1독서 : 말라 3, 1 ∼ 4

                                                  제2독서 : 히브 2, 14 ∼ 18

                                                  복   음 : 루가 2, 22 ∼ 4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정말 추운 날씨였습니다.  누군가가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마음이 따뜻하면 몸도 따뜻하고 아무리 따뜻한 날이라도 마음이 추우면 몸도 춥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지난 한 주간의 마음은 어떠셨나요?  따뜻하셨나요?  아님 추우셨나요?

 

  어린 외아들을 둔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약속을 어긴 아들에게 아버지는 "다시 약속을 어기면 그땐 추운 다락방으로 보낼 테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그만 또다시 약속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그 날 밤 추운 다락방에 아들을 올려보내고 부부는 서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당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애를 지금 다락방에서 데려오면 아이는 당신 말을 듣지 않게 될 거예요."

  남편의 약한 마음을 헤아린 아내의 말에 "당신 말이 옳아. 그러나 그 애는 지금 얼마나 무섭고 추울까."  그리고 남편은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갔습니다.

  추운 다락방의 딱딱한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아들.  그 옆에 말없이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꼭 끌어안아 준 아버지.  이윽고 어린 아들의 두 눈에서는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우리 교회에서는 "봉헌 생활의 날"로 지내고 있는 날입니다.  오늘 많은 수도회에서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수도 서원을 갱신합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주님만을 섬기며 주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인지 봉헌하면 우리는 성직자나 수도자에게만 해당되는 삶이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봉헌의 삶은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됩니다.  봉헌은 자신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봉헌은 자신의 일부, 아니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행위입니다.  따뜻한 침실에서 자도 되지만 아이를 위해 춥고 딱딱한 바닥이 있는 다락에 가서 아이를 끌어안아 주는 아버지처럼,  예수님께서 당신의 영광보다는 우리를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처럼 희생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곧 봉헌하는 삶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제2독서에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예수님의 이 세상의 오심을 아주 쉽게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자녀들은 다 같이 피와 살을 가지고 있으므로 예수께서도 그들과 같은 피와 살을 가지고 오셨다가 죽으심으로써 한평생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점에서 당신의 형제들과 같아지셔야만 했습니다.  그분은 친히 유혹을 받으시고 고난을 당하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모든 사람을 도와 주실 수 있으십니다."  주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시고 당신의 자녀와 같아지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희생 제물로 봉헌하십니다.  백성들의 죄를 없이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희생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자비로움의 결단이 필요하고, 희생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는 이들은 감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존경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려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아기 예수를 봉헌하기 위해 성전으로 갔을 때 성령의 이끄심으로 시므온이 성전으로 와서 구세주를 봅니다.  또한 안나라는 여 예언자도 그곳에 같이 있었다고 전합니다.  시므온과 안나는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신분과 직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삶의 권위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존경하게 만들었습니다.  존경은 바로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사느냐에 따라 따라오는 것입니다.  일부로 억지로 존경하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봉헌하는 삶을 살아갈 때 존경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희생처럼 주님의 희생처럼 우리도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희생을 통해 다른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올바른 마음으로 봉헌된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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