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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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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8489

아이러브 스쿨 - #27

 

 

        "연수가 찾아왔었다니... 언제? 누굴?"

         

        "짜식 성급하기는..."

         

        "어서 말좀 해봐..."

         

        "연수가 누굴 찾아왔겠냐... 바로 너지..."

         

        "그게 언젠데..."

         

        "지난 가을 쯤 되었을때야..."

         

        "왜 나한테 얘기 안해줬어?"

         

        "연수가 민우 너 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거든...

        난 약속을 지키려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일도 아닌것 같더라"

         

        "어디사는지는 물어봤어?"

         

        "아니... 몰라... 말 안해주더라... 그냥 일이 있어서 지나가다 들렸다고

        하더라고... 말은 안하지만 네 소식을 들으려고 온줄 단번에 알아봤지"

         

        "그다음엔? 그다음엔 또 연락 없었어?"

         

        "그때 내가 네 연락처 알려 줬었거든... 집주소랑... 당연히 너한테 연락

        한줄 알았지... 그런데 아무소식 없었구나..."

 

연수가 이곳엘 왔었다고 합니다. 날 찾아왔었다는데... 집 주소까지 알아갔다는데

왜 연락을 안했을까요... 바보같이 내가 이렇게 보고싶어하는걸 연수는 잘 모르는

걸까요...

 

        "다음달 초에 동창회나 와봐..."

         

        "연수가 온다구? 그때?"

         

        "모르지... 애들중에 연락이 되고있는 애들이 있을지도... 내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애들은 다 전했으니까 오지 않을까..."

         

        "그래... 알았어... 꼭 올께... 그리고... 혹시 말야..."

         

        "알았어.. 연수한테 연락오면 꼭 너한테 전해 달라구?"

         

        "역시 넌 내 친구야... 그리구 너...."

         

        "또 뭐..."

         

        "내동생 잘 데리구 살아야되..."

         

        "알았어 임마... 별 걱정을 다한다... 니걱정이나 해라..."

 

다시 집으로 올라오는 버스안에서도 연수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운것은 연수가 아직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연수가 아닐지도 모르는 그 사진을 다시 꺼내놓고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왜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요. 연락처를 알아갔는데도...

 

집에 도착한 나는 연수를 기억해낼 수 있는 모든것을 책상위에 주루륵 늘어놓고

그 속에서 옛 추억을 찾고 있습니다.

연수와 같이 보았던 만화영화 극장표는 이제 글자가 바래져서 알아볼 수 도

없을것 같았지만 어릴적 저와 연수가 아직 살고 있었습니다.

 

동창회가 있는날까지 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모를정도로 구름속에 떠다닌

느낌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혹시 연수에게 연락이 오지나 않을까

기다렸지만 그것은 너무 지나친 바램이었나 봅니다.

 

        "민우야..."

         

        "네... 사장님..."

         

        "내일 고향 내려간다구 했지?"

         

        "네... 그런데 왜..."

         

        "오늘 일 마저하고 내일 일찍 내려가거라..."

         

        "내일 좀 바쁠텐데요..."

         

        "그정돈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걱정말고 내려가라"

         

        "오전에 잠깐 나왔다가 내려갈께요..."

         

        "녀석... 고지식하기는..."

 

동창회가 있는 토요일 아침. 저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사진관에서 사장님을

도와드릴일을 일찍 마치고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부리나케

일어났습니다.

 

사진관에서 대충 일을 정리하고 출근하시는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마음은 이미 고향에 있다는 말이 이런경우 사용되는 말이군요.

오늘따라 버스운전기사는 왜 이다지 얌전운전을 하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길도 많이 막혔습니다. 아무래도 제시각에 동창회가 있는

학교에 도착하기는 어려울것 같아 보입니다. 마음은 급한데 버스는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있습니다.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벌써 시작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저는 급히 택시를 갈아타고 학교로 달렸습니다.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더욱 크게 뛰어댔습니다. 연수가 왔을까요... 혹시 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할까요... 혹시 왔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수가 왔다고해도, 오지 않았다고 해도 나에겐 큰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기억속에서 가물거리는 연수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나도 많이 변해 있겠지요. 벌써 국민학교를 졸업한지 10년도 훨씬 지나버렸으니

까요...

 

택시는 학교안 운동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운동장에는 동네 꼬마아이들이

다 떨어져서 헤진 축구공을 이리저리 차며 놀고 있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교장선생님께서 훈시를 하시던 사열대 위에 6학년 2반 동창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습니다. 교실 창문 너머로 이제는 불쑥 커버린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

         

일만이가 양손 가득히 음료수를 사오다 나를 보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많이 길이 막히더라... 그런데...."

         

        "연수? 연수 왔냐구?"

         

        "그래... 연수 왔냐?"

         

        "아직... 아직 안왔던데..."

         

        "그래..."

 

일만이와 음료수를 나눠들고 교실로 향했습니다. 가끔씩 집에 내려올때마다 학교에

와서 교실을 기웃거리긴 했지만 이렇게 예전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일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고 떨립니다.

 

아이들, 아니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6학년 2반 아이들이 교실안 책상에 이리저리

걸터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여기좀 봐라.. 누가 왔나..."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일만이가 목청크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아이들 모두

눈이 동그래져서 우리를 쳐다봤습니다.

 

        "야.... 한민우... 너 민우지... 그치?"

         

        "하하... 배달 왔구나... 한배달..."

 

아이들이 모두 우르르 뛰어들어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오랫만에,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배달이라는 별명도 오늘은 그리 기분나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은 모두 악수를 하며 10년이 지난 세월들을 그 짧은 시간동안 나누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여렸을적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교실안은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야... 너 용됐다..."

         

        "짜식 남말하구 있네... 넌 요즘 뭐하냐..."

         

        "여우같은 마누라랑 토끼같은 새끼랑 잘 산다..."

 

우리반에서 제일 어리게 보였던아이가 제일먼저 장가를 가서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소리에 우리모두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모여서 그동안 그리워했던 기억들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이런 분위기를 깨버리는 말을 꺼냈습니다.

 

        "근데 대행이는 안오냐?"

 

일순간 교실안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것 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렸습니다.

누가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지만 즐거웠던 분위기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글쎄... 온다구 한것 같긴 한데..."

         

        "걔 요즘 아주 떵떵거리며 산다며?"

         

        "아버지 회사 물려받는 준비를 한다구 하더라... 일전에 우리반 애들

        몇명을 불러서 만나자고 했는가 본데 난 싫어서 안나갔었어..."

         

        "내가 나갔었는데 짜식 하는꼴이 무슨 지가 벌써 사장 다 된것처럼 그러데..

        우리를 아주 지 머슴 다루듯이 하더라고..."

 

여기저기서 대행이에 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여유있는 집안에 잘사는 아이었던 대행이는 아직도 그렇게 지내는가

봅니다. 저도 대행이를 보면 반가워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야... 누가 그런 썰렁한 얘기를 꺼내서 분위기 망치냐...

        우리 딴얘기 하자..."

 

일만이가 아이들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말을 돌렸습니다. 곧 아이들은 또다시 10여년

전의 6학년 2반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교실 앞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누군가가 불쑥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야... 다들 모여있네... 역시 스타는 늦게 나타나는게 좋다니까...하하하"

 

대행이었습니다. 어렸을적보다 살이 조금올라 몰라봤지만 틀림없는 대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던말을 멈추고 대행이를 모두 쳐다보았습니다.

 

        "미안해... 오늘 회사에 결재거리가 쌓여있어서 좀 늦었어... 대신 내가

        맥주랑 먹을거 잔뜩 사왔으니까 괜찮지?"

 

대행이는 같이온 누군가에게 가져온 음식들을 들고오라고 시키는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곱지 않은 눈빛이었습니다.

 

음식들이 들어오고 대행이가 교실로 같이 들어오는 순간 대행이 뒤를 따라 한 여자가

같이 들어오는것을 보았습니다.

 

그여자는 바로...

 

연수였습니다.

 

틀림없는 연수였습니다.

 

짧은 시간도안 나와 눈이 마주친 연수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비쳤습니다.

 

연수가 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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