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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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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8490

아이러브 스쿨 - #28

 

 

        "하하.. 녀석들... 많이들 컸네... 짜식들..."

 

대행이는 모인 아이들, 이제는 불쑥 커버린 6학년 2반 아이들에게 반가운듯이

한명한명 인사를 건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떫떠름한 표정들입니다.

 

        "이야... 한민우... 오랫만이다. 잘 지내냐? 설마 너 아직도 배달하는건

        아니지? 하하하... 반갑다 정말..."

         

        "그래... 너두 잘 지내는것 같다?"

 

나는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는 연수를 의식하면서 대행이와 인사를 나누었

습니다. 연수는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참 얼마나 보고싶은 얼굴이었는데... 연수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실안은 다시 왁자지껄 시끄러운 이야기소리로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나는 연수에게

가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다른사람들 눈치가 보이는것 같아서 선뜻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얌마... 너 연수하구 인사 안할꺼야?"

         

        "해야지... 그런데..."

 

보다못한 일만이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어봅니다. 나두 답답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겁이 납니다. 대행이와 같이 들어온 연수... 그런 연수에게

가까이 다가서기가 무섭습니다.

 

        "남자녀석이 쪼잔하게는... 잠깐 기다려봐..."

 

일만이가 여자아이들이 모인곳에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아이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음료수 한잔을 들고 물끄러미 그곳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일만이가 갑자기 연수를 살짝 불러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있는 곳으로

연수를 끌고오다 싶이 데리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너희끼리 잠깐 얘기하구 있어... 난 찾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말야...

        헤헤헤..."

 

일만이가 우리를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주고는 살짝 뒤로 빠져주었습니다.

연수를 만나면, 오랫만에 연수를 만나면 하고싶은 이야기가 그렇게도 많았는데

내앞에 서 있는 연수에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바짝바짝 목이 타들어

갔습니다.

 

        "잘... 있었지?"

         

연수가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채로 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물론이지... 연수 너두 잘 있었지?"

         

        "응..."

 

그리고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서로 바닥만을 쳐다보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뭔가가 어색한... 아주 많이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아주아주 많이 반가울것같았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요...

 

        "민우... 너... 사진 찍는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일만이가... 전에 만났을때 그러더라구..."

         

        "응... 어떻게 그렇게 됐어... 사진... 나랑 좀 안어울리지?"

         

        "아냐... 민우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 넌 감수성도 풍부하고..."

         

        "연수 너는 어떻게 지내?"

         

        "난 그냥..."

 

연수가 말끝을 흐리면서 힘없는 웃음을 보입니다. 저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때였습니다. 대행이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곳에서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야... 나 다음달에 결혼한다..."

         

        "와... 축하한다..."

 

아이들이 모두 대행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내 신부 될사람은 저기 있는 연수야... 황연수..."

 

아이들이 모두 놀란듯한 눈으로 연수와 대행이를 번갈아 봅니다.

나도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연수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계속해서 나의

눈을 피하고 있습니다.

 

        "연수야... 너..."

         

        "......"

 

연수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급하게 교실을 뛰쳐 나갔습니다.

 

        "하하... 내 예비신부가 창피한가부다... 하하하"

 

아이들은 모두 놀라운 눈치였습니다. 내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나가는것을

느꼈습니다. 십년이 넘게 기다렸다가 처음 만난날 이런 이야기를 듣게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대행이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일만이가 내 어깨를 툭툭 쳐줍니다.

 

        "나두 몰랐었어... 지난번에 왔을때 저런 얘기는 안했었거든..."

         

        "휴... 나 오늘 여기 괜히 왔나보다."

         

        "힘내라..."

         

        "모르겠다... 힘낼 수 있을진..."

 

갑자기 대행이가 나를 보고는 나에게 걸어왔습니다.

 

        "어이... 한민우... 참 너한테 부탁할게 좀 있는데..."

         

        "뭔데?"

 

저대신 일만이가 옆에서 대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너 사진 찍는다면서..."

         

        "그런데?"

         

        "우리 사진좀 찍어줘라... 결혼식 야외촬영이랑 결혼식날 모두..."

         

        "......"

         

        "그래도 친구가 사진을 찍는데 친구한테 부탁하는게 좋지 않겠냐?

        부탁좀 하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짜식... 돈 안떼먹을테니까 걱정하지 말구... 내가 친구사이라고

        싸게 해달라고 조를것 같냐? 하하하"

 

저것은 분명히 나를 비웃는 웃음입니다. 어렸을 때 주먹으로 날려버리고 싶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내 주먹은 굳게 쥐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갈께... 여기 내 명함 있으니까 연락 한번 줘..."

 

대행이는 명함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고 뒤돌아서 다시 아이들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명함에는 누구라도 익히 들어봄직한 그룹마크가 찍혀있고 기획실장 조대행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칫... 기획실장? 회사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자리가 기획실장이라더니

        정말 그런가부네..."

 

옆에서 일만이가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지 명함을 받아들고는 뭐라고 투덜거립니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를 빠져나와 같이 식사를 하자고 자리를 옮기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연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만아... 나 그만 올라가 볼께..."

         

        "벌써? 연수랑 얘기도 못했잖아..."

         

        "그냥 가는게 좋을것 같아... 미안하다. 나 먼저 가볼께..."

         

        "그래... 연락해라..."

 

뒤돌아서는 내 모습을 일만이가 안쓰러운듯이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집에 들렸다

오려던 생각을 바꿔서 바로 버스를 타고 올아와버렸습니다. 아니 도망쳤다고

말하는것이 맞겠군요.

 

몇일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연수가 미웠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만난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게만든 연수가 미웠습니다.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지 않은지 야속했습니다.

 

하지만 연수를 미워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즐겨 부르시던

옛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때문이었습니다. 고작 10여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예전 감정 그대로를 가지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서러웠지만 현실입니다.

 

죽을날짜를 받아놓고 사는 사람처럼 몇일간을 보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그런 내가

안돼보이셨는지 오늘 하루 집에서 쉬는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멍하니 방바닥에 누워 천정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도 연수가 보입니다.

 

그냥 동창회날 연수의 연락처라도 알아올걸 하며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 되었습니다.

삐리리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오빠? 나야 은경이..."

         

        "웬일이냐?"

         

        "오빠 어디 아퍼?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가 왜 그러긴... 무슨 일이야?"

         

        "엄마가 오빠 집에 내려올 수 없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래? 왜?"

         

        "의논하실게 있으시대..."

         

        "니 결혼문제?"

         

        "그렇겠지? 호호"

         

        "이번주말에 내려간다고 말씀드려"

         

        "알았어... 오빠 정말 아픈거 아니지?"

         

        "아프긴... 쌩쌩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연수에 대한 끈도 이제는 끊어져 버렸습니다.

피식 입가에는 알수 없는 웃음이 튀어나왔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말입니다.

바보같이 말입니다.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잊어먹기 좋아하는 은경이가 할말이 생각나서 또 전화를

건 모양입니다.

 

        "여보세요?"

         

        "......"

 

하지만 전화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여보세요?"

 

나는 두세번 핸드폰에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여보세요? 목소리가 안들리니까 다시 전화하세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연수? 황연수? 연수 맞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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