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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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8492

어색한 시간이 조금씩 흘러갑니다. 연수와 제 앞에 놓인 커피잔도 조금씩 식어갑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어색하게 만들었을까요... 서로 자기앞에 놓인 커피잔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민우 그대로구나..."

 

        "연수 너도 마찬가진데 뭐..."

 

지난번 동창회때 만나서 이야기했던것을 똑같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둘중에 누구도

연수의 결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요즘 바뻐?"

 

        "봄이 되고 있잖아... 그래서 조금 바뻐..."

 

        "신혼부부들이 많은가보지?"

 

        "......"

 

또 말이 없어졌습니다. 멋적게 웃음만 서로 짓고 있습니다.

 

        "우리 옛날엔 참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연수가 입을 떼었습니다.

 

        "그래... 난 아직도 그때일 많이 기억난다..."

 

        "나두... 민우 너 신문배달할때 생각나?"

 

        "그러엄... 넌 왜 그렇게 추운데 밖에서 기다렸어?"

 

        "그냥... 아니 그냥은 아니고 그때만 되면 잠에서 꼭 깼어... 민우가

        우리집 앞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잠이 안오더라구..."

 

        "후후... 그랬구나..."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10여년이 훨씬 지난때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난 그것도 생각나는데..."

 

        "뭐가?"

 

        "연수 너 처음 전학온날..."

 

        "어머... 정말? 그걸 어떻게 기억해?"

 

        "나두 몰라... 그런데 기억이 나... 연수가 처음타고왔던 검은차도 생각나고

        그리고..."

 

        "또 있어?"

 

        "그날 자연시간에 준비물 안해온 사람 일어나라고 선생님께서 그러셨는데

        연수 네덕분에 안혼났잖아... 기억나?"

 

        "그랬었나? 호호호..."

 

어느새 우리둘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던 시간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습니다.

연수도 국민학교때의 연수가 되었고 나도 국민학생이 되어있었습니다.

 

        "이것볼래?"

 

        "뭔데?"

 

나는 지갑에서 어렸을때 연수와 같이 보았던 만화영화 표를 보여주었습니다. 연수는

그것이 무엇인지 미간을 찡그리며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기억나?"

 

        "이게 뭐지?"

 

        "연수 너랑 같이 봤던 만화영화 극장표..."

 

        "어머..."

 

연수가 깜짝 놀라면서 내 얼굴과 극장표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봅니다.

 

        "진짜 이게 그때 그 표야?"

 

        "응... 그때 내가 연수 너한테 표 달라고 했던거 생각 안나?"

 

        "아니... 잘 기억 안나는데..."

 

        "많이 지저분해졌지? 몇번 잊어버렸다 겨우 찾아내서 그래..."

 

        "치... 나두 보여줄거 있다 뭐..."

 

        "그래?"

 

연수가 입을 삐죽거리며 보란듯이 속 주머니에서 긴 장지갑을 꺼내어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꺼내놓았습니다. 머리핀이었습니다.

 

        "어... 이걸 아직 갖구 있어?"

 

        "그러엄... 민우가 신문배달해서 어렵게 모은돈으로 사준건데...

        사실은 나도 몇번 잊어버렸다 찾았어...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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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이제는 빛이 바래버린 머리핀을 놓아두고 웃는 연수얼굴이 참 이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대한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것, 그 기억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것이 무척이나 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연수와 같이 추억으로 돌아가는 일은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놓여진 현실을 모두 잊어버리자고 약속이나 한듯이 어렸을 때의 추억을 힘겹게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고는 즐거워했습니다.

 

제 앞에서 웃고있는 연수의 얼굴은 얼마전 제가 시장골목에서 찍었던 사진속의 여자와

너무도 흡사하다는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불쑥 그 사진을 꺼내어 연수에게 보여주었

습니다.

 

        "혹시 이거 너 아니니?"

 

        "뭔데?"

 

내가 연수에게 내민 사진을 보고는 연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맞지? 연수 너 맞지?"         

 

        "어머... 이걸 어디서 찍었어?"

 

        "맞지? 그치?"

 

연수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무슨일이 있는것일까요...

 

        "왜 대답을 안해? 맞지? 그치? 난 아닌줄 알았는데 맞는가봐... 하하

        이 근처에 사니? 시장 근처에?"

 

        "민우야..."

 

연수가 나즈막히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사실... 난 민우 네가 생각하던 예전의 연수가 아냐..."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예전의 연수가 아니라니?"

 

        "......"

 

연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느순간 갑자기 국민학생 황연수와 한민우에서

다시 지금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이사진 나 맞아..."

 

        "정말? 정말 연수 너 맞아?"

 

        "응..."

 

        "이 근처에 사나봐? 가까운데 있었는데도 몰랐네..."

 

        "......"

 

고개를 숙인 연수의 어깨가 들썩거립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연수를 바라보았습니다.

연수는 울고 있었습니다.

 

        "연수야... 왜그래... 무슨일 있어?"

 

        "......"

 

연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일에 저도 많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민우야... 많이 보고싶었어... 왜 이제야 나타난거야..."

 

울먹이는 소리로 연수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연수야... 무슨 일이야... 말좀 해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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