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포온글]아이러브 스쿨~(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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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8493

연수는 얼굴을 묻고 계속해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연수가 앉아있는 곳 옆에서 연수를 다독

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수야... 왜그래... 무슨일이야..."

         

        "......"

 

작게 흔들리는 연수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연수는 그런 나에게 그대로 쓰러져 내려

버렸습니다. 작은 연수의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수에게 더이상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연수도 아무말 없이 나의 어깨에 기대어

울음을 사그려가고 있었습니다.

 

        "민우야..."

         

        "응? 왜?"

         

        "나 보고싶었어?"

         

        "그러엄... 그걸 말이라구해?"

         

        "치이..."

 

흘러내린 연수의 눈에 웃음이 번져갔습니다.

 

        "얼랠래? 너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되는지 알지?"

         

        "우리 옛날에는 참 재미있게 잘 놀았는데..."

         

        "그러엄..."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

         

        "다시 가면 되지 뭐... 우리 둘이 어디루 도망갈까? 하하"

         

연수 얼굴이 다시 굳어졌습니다. 그리고는 크게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묻지않은 연수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어... 서울로 이사오고 나서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아빠 일때문에 서울로 이사오고나서 하시던 사업이 생각보다 잘 되었었어

        그래서 아빠는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셨는데 그게 화근이었나봐...

        갑자기 어느순간 아빠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아빠는 곧 쓰러지셨어.

        그리고는 5년을 고생하시가다 돌아가셨어..."

         

        "......"

 

연수는 그동안 지나왔던 이야기를 침착하게, 너무도 침착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 사업이 쓰러지고 나서부터 빚을 값아야 했거든...

        우리 가족이 살던 집도 팔고... 그러면서 아빠 병원비는 계속해서 들어가고..

        무슨 영화줄거리 같지?"

 

연수는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저 웃음이 나를 오히려 위로하려는

웃음이라는 것을...

 

        "그랬구나... 난 연수 네가 전학을 가고나서 잘 지내고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때마다 가끔씩 학교엘 내려가보곤 했어... 그러면 조금 위안이 되곤

        했었지..."

         

        "그런데 왜 날 안찾아 왔어?"

         

        "민우를 만나고 싶었지만 겁이났어..."

         

        "겁이나? 왜?"

         

        "나도 잘 몰라... 민우를 보고싶긴 하지만 나설 수 없는 마음이었어..."

         

        "바보같이..."

 

참 답답합니다. 그렇게 내가 보고싶었으면 연락을 했으면 됐을텐데... 그러면 내가

연수를 어떻게라도 도울 수 있었을텐데요... 참 바보같죠...

 

        "그러다가 대행이에게서 연락이 왔어... 내가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처를

        남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연락이 왔더라구..."

 

연수는 아주 천천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가끔씩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기도 하면서

내 기억에서 멀어져버린 연수가 전학을 가버린 그 때부터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

습니다.

 

        "내가 힘든건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엄마가 힘들어하시는건 참을 수

        없었어..."

 

        "그랬구나..."

         

        "곱게만 사시던 분이셔 우리 엄마... 그런 우리엄마가 저렇게 고생하시는걸

        참을 수 없었어..."

         

내 기억속에서 연수 어머니를 꺼내어 보았습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연수네 어머니는

내 기억속에 선명히 남아있었습니다.

 

연수가 원한것은 행복한 결혼생활이 아니었습니다. 연수에게 필요한것은 오로지 안정된

생활이었습니다. 십수년동안 연수는 그렇게 변해있었습니다. 아니 세월이 연수를

그렇게 되도록 내몰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대행이에게 말했어... 결혼하자고... 그리고 우리엄마

        행복하게 해드려야 한다고..."

         

        "......"

 

연수의 치마위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연수의 눈물은 치마위에서 넓게넓게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미안해... 연수야..."

         

        "대행이에게 그 말을 하기전에 꼭 너를 만나고 싶었는데...

        그래서 학교에도 내려가고 일만이도 만났었는데..."

         

        "난 그것두 모르고..."

         

        "민우 잘못이 아닌걸 뭐...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찾았어도 됐을텐데..."

 

연수의 말에 상당히 큰 후회의 마음이 묻어나오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수를

잡아야 할까요... 하지만 연수와 저 사이에 남아있는것이라고는 추억뿐이 없습니다.

대신 연수는 앞으로의 생활이 더더욱 중요하겠지요. 추억은 추억일테니까요.

 

        "나두 너 많이 보고싶었는데..."

         

        "말로만?"

         

        "아냐... 내가 연수 너에대한 추억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아까 보여준 극장표도 그렇고...

        참, 그거 알아?"

         

        "뭘?"

         

연수의 눈이 반짝 빛납니다.

 

        "연수 전학가던때 봤던 시험... 내가 대행이보다 시험 잘본거 알아?"

         

        "정말? 정말이야? 민우가 대행이보다 더 시험을 잘 봤다구?"

         

        "그렇다니까... 성적표 보여줄까? 나 아직도 가지고 있단 말야..."

 

저는 책상서랍에 놓아둔 그때의 성적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자랑스럽게, 아주

자랑스럽게 연수앞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때 연수 네가 일등을 하고 내가 이등을 했단 말야..."

         

        "어머... 정말... 정말이네..."

 

연수의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잠깐만이라도 힘든 현실을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걸 꼭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 성적표를 받던날의 그 쓸쓸했던 기억이 그대로 나에게 되살아 나고 있었습니다.

 

        "아무말도 없이 먼저 그렇게 가버리는게 어디있어?"

         

        "우리집도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서... 그래서 그랬어... 미안해...

        그런데 정말 민우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연수가 제 성적표를 보면서 마치 자기가 시험을 잘본것 처럼 기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성적표를 들고 연수네 집 앞으로 뛰어갔던 이야기는 차마 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창피하거든요...

 

그때였습니다. 연수의 핸드폰이 삐리릭 울렸습니다. 성적표를 사이에 두고 모든것을

잊고 즐거웠던 우리 둘은 일순간 어색한 분위기로 돌변해 버렸습니다.

 

        "여보세요? 응.... 나야... 여기? 응... 사진관이야... 응... 알아볼게 좀

        있어서..."

 

연수는 고개를 돌리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는 그게 누구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대행이라는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십여년전 국민학교 시절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버린것이었습니다.

 

        "민우야... 나 그만 가봐야 할것 같아..."

         

        "그래... 알았어..."

         

        "저녁에 대행이네 집에 가봐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할것 같아..."

         

        "그래... 괜찮아. 나 신경쓰지 마"

         

연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나는 힘없이 연수를 따라 나섰습니다.

사진관 문 앞에서 연수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며 이야기 했습니다.

 

        "민우야..."

         

        "응? 왜?"

         

        "우리 아직까지 좋은 친구사이 맞지?"

         

        "응.... 그래... 친구사이야..."

 

그랬습니다. 연수와 저는 아직 친구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모르는 사이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있잖아... 가끔씩 연락해도 돼?"

         

        "그러엄... 당연하지... 언제든지 연락해... 기다릴께..."

         

        "고마워. 역시 민우밖에 없다니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연수가 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은 쓰립니다. 어찌된

운명일까요. 연수의 결혼식 사진촬영을 내가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차라리 어디로 도망갈 수 있었으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수가 떠나버린 소파를 우두커니 쳐다보며 담배 한가치를 빼어 물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연수를 찾고 싶습니다.

연수는 민우의 연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이 내게 용기를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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