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 (34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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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8496

 

 

        "놔! 놔! 이거 놓으란 말야..."

 

비디오 카메라를 떨구고 저를 쳐다보시는 사장님도, 짙은 신부화장에 검은 눈물을

흘리는 연수의 얼굴도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거 놓으란 말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들의 손을 뿌리칠 순 없었습니다. 식장은 일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그속에서 연수와 저의 눈길이 마주치고 있습니다.

 

        ’미안해 연수야... 하지만 널 잊을 순 없었어...

        그런데 내가 너무 늦은거니? 널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거니?’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를 붙잡은 사람들을

뿌리치려 몸부림을 쳤지만 그러면 그럴 수 록 더욱 죄어들어오는 그들의 손을 뿌리칠

순 없었습니다.

 

누군가 나의 입을 막은것 같습니다. 연수에게 이야기 해야 하는데... 내가 널

사랑한다고... 나와 같이 가자고... 다시는 너를 잊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점점 알 수 없는 어두운 곳으로 끌려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대행이는 그런 제 모습을 미간을 구기며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제 끝인가요? 더이상 연수와 저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건가요.

아무리 연수에게 돌아가고 싶어도 움직일 수 조차 없는것이 너무 슬픕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연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가 잘못 들은건 아닌가요?

이건 분명히 연수의 목소립니다.

 

        "민우야... 한민우..."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연수는 보이지 않는데 계속해서 연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민우... 민우야..."

 

대답을 하려고 해도 마음대로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 답답합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나를 흔드는것 같습니다.

 

        "한민우... 좀 일어나봐..."

         

어두웠던 주변이 일순간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이곳은 어디일까요. 하얀 천정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뭘 놓으란거야?"

 

제 눈앞에 연수가 앉아있었습니다. 저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연수가 앉아있었습니다.

 

        "연수야..."

         

        "도대체 무슨 엄청난 꿈을 꿨길래 땀까지 흘리고 그래? 그런데 도대체

        뭘 놓으란거야? 아까부터 계속 그러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그럼 내가..."

         

        "민우 너 많이 피곤하긴 했나보다... 어쩜 그렇게 잠꼬대를 하고 그러니..."

         

        "잠꼬대라고?"

         

        "비디오로 녹화해두려다 그만 뒀는데... 할걸 그랬나? 호호..."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아직 꿈속에 있는걸까요?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아 머릿속이 어지럽습니다.

 

        "시간 다 됐어... 일어나... 어서 준비하고 나가야지..."

         

        "나가? 어딜 나가?"

         

        "그럼 신혼여행와서 호텔방안에만 있을꺼야?"

         

        "신혼여행? 호텔?"

 

갑자기 머릿속에서 잊혀졌던것들이 하나씩 천천히 떠올랐습니다. 신혼여행이라구요...

 

        "치... 꿈한번 꾸더니 이젠 자기 신부도 몰라보네..."

         

        "신부? 그럼 우리 어제..."

         

        "그래. 우리 어제 결혼했다. 도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러는건데?"

         

        "아냐... 그런꿈이 있어... 아주아주 슬픈"

         

        "슬픈꿈이라고? 더 궁금해지는데? 얘기좀 해봐... 응? 우슨 꿈인데?"

         

당황되고 흥분스럽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이 내 온 몸을

타고 퍼져나가는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연수는 저의 신부였습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데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린다는것이 믿기지 않을정도로

꿈속에서의 나는 절박했던 모양입니다.

 

        "결혼하는 꿈..."

         

        "결혼? 꿈에서도 결혼했어? 그럼 우린 두번 결혼한거네?"

         

        "내가 아냐..."

         

        "응? 그게 무슨소린데? 그럼 누가?"

         

        "너하구..."

         

        "나하구?"

         

        "대행이..."

         

        "어머머... 대행이? 그 꼬맹이랑?"

         

        "그래... 대행이랑 결혼하고 있었단 말야..."

         

        "아무래도 너 대행이한테 질투하는가 봐..."

         

        "질투? 무슨 질투?"

         

        "어제 내가 어렸을때 대행이가 나한테 크리스마스카드 보내줬다는 얘기

        하는소릴 듣고 마음속에서 질투한거 아냐?"

         

        "아냐... 질투는 뭐..."

         

        "호호, 웃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필 대행이랑 결혼하는 꿈을 꾸니?"

 

안개에 가로막혀 분간할 수 없던 길에 서서히 안개가 걷혀가는 느낌입니다.

대행이... 어제 연수와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비행기안에서 어렸을적의 이야기를

하던중에 그런일이 있었더군요. 연수는 자기 인기가 너무 좋아서 참 힘들었다고

혀를 낼름 내보이며 이야기 했구요.

 

저는 급히 바지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보았습니다.

 

        "휴... 다행이다..."

         

        "뭐가?"

         

        "이 극장표... 꿈속에서 찢어 버렸었거든..."

 

        "도대체 무슨꿈이길래 그러는건데... 얘기좀 해줘봐..."

         

        "아마 내가 꿈 얘기를 모두 해주러면 적어도 세달은 걸릴꺼야..."

         

연수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정말 오늘 꾸었던 꿈 이야기를 모두 하려면

세달은 걸리겠죠?

 

        "그런데 말야..."

         

        "뭘?"

         

        "이상하게도 꿈에 어렸을때의 기억은 하나도 틀리지 않게 그대로 나왔거든...

        꿈도 그렇게 꿀 수 있는건가? 대개 꿈은 기억과는 다르게 나오는거잖아..."

         

        "민우 네가 날 너무 짝사랑해서 그랬나보지 뭐... 호호..."

         

        "그래그래... 그렇다구 해두자..."

         

        "뭐? 그렇다구 해두자?"

         

        "아야... 그렇다구 꼬집으면 어떻게 해..."

 

연수가 뾰로통 화가났는지 손톱을 세워 내 팔을 꼬집습니다.

         

        "두고봐... 앞으로 부인님한테 잘 못하면 정의의 손톱이 가만히 있지

        않을꺼니까..."

         

        "에휴... 나 아무래도 결혼 잘못한것 같아..."

         

        "뭐? 그말 진심이야?"

         

        "아냐아냐... 제발 그 손톱좀 치우고 말해..."

 

연수가 손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바람에 우리는 침대위로 쓰러졌습니다.

연수의 긴 손톱이 계속해서 제 눈앞에서 아른거립니다. 양손으로 연수의 손을 막아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살려주세요... 부인님... 제발..."

         

        "그럼 내가 묻는말에 솔직해 대답해. 알았지?"

         

        "뭔데?"

         

        "나 사랑해?"

         

        "음... 글쎄..."

         

        "글쎄라구? 그냥 이 손톱으로 콱!"

         

        "아냐아냐... 사랑해... 진심으로... 영원히..."

 

연수는 손톱을 감추고 대신 입으로 공격을 해왔습니다. 연수의 입을 막아내느라 무척

힘이 듭니다. 연수가 더이상 정의의 손톱으로 힘을쓰지 못하도록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나도... 이젠 꿈속에서처럼 연수 너를 다시는 엃지 않을꺼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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